GDP 대비 국가채무 53%
국고 재정지원 여력 없어
국민연금 개혁 서둘러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연금개혁이라는 거대한 태풍이 소멸되고 있다. 이번 연금개혁에서 논란이 된 쟁점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중에서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에 대한 국고지원 여부가 있다. 현재도 국민연금에는 농어민,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차원의 1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두리누리사업)·실업크레딧 등에 대한 보험료 지원이 있고 출산크레딧·군복무크레딧 등 급여 지원, 관리운영비 일부에 대한 지원 등이 있으나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 차원에서 국고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이어서 차원이 다르다. 국민연금 적립기금 소진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 대규모 국고가 일시에 혹은 매년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중장기적으로 적립기금이 소진되어 미래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커지면 재정지출의 일부를 국고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제도적 차원에서 국고가 국민연금 재원에서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은 기존에 선별적으로 가입자 지원 차원에서 시행되던 국고지원과는 맥을 달리한다.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같은 사회보험에서는 국고지원을 제도적으로 정하고 있기는 하다. 국민건강보험은 보험료수입의 15%,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보험료수입의 20% 금액이 국고로 투입되고 있다. 선진 유럽 국가 중에서도 공적연금의 재정위기 대응 차원에서 국고가 투입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국민연금에 국고를 투입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하나는 전 국민이 가입하고 있는 사회보험에서 사회보험료에 의한 재원조달과 조세를 통한 국고지원이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재정이 국민연금에 국고를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사회보험이 민영보험과 다른 점은 의무가입 여부이다. 민영보험은 가입 여부가 개인의 선택에 맡겨져 있는 반면 사회보험 적용대상자는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당연히 사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사회보험료를 체납하면 세금을 체납하는 것과 동일하게 강제징수 절차가 집행된다. 사회보험료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근거한 목적세와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용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일반적 국세와는 다르지만, 가입자인 국민은 부담 측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미국의 공적연금인 OASDI에서는 사회보험료를 아예 사회보장세(sicial security tax)라고 칭하기도 하고, 2층연금 체계하에서 보편적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영국·뉴질랜드·호주·캐나다 등과 같은 국가에서는 그 재원을 조세로 한다. 공적연금의 재원을 사회보험료로 하느냐 조세로 하느냐는 재원조달의 효율성 측면에서 각국 사정에 맞게 채택하면 되는 것이지 절대적인 원칙은 없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국민연금에 국고지원을 하려면 국가재정 여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건전재정을 국정 방향으로 하는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관리재정수지는 물론이고 사회보험을 포함한 통합재정수지조차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국가채무는 202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50.4%에서 2027년에는 53.0%로 높아지게 된다. 이것도 계획일 뿐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현재도 중장기적으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막대한 재정수요가 대기하고 있고, 새로운 세원발굴도 용이하지 않아 국가재정 여력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현재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대해서는 재정수지 적자분에 대해서 국고보전이 이뤄지고 있다. 공무원연금에 대한 적자보전만 해도 2023년에는 5조1000억원, 2024년에는 8조6000억원으로 증가했고 적자 규모는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2055년 적립기금이 소진되면 공무원연금, 군인연금과 같이 적자보전을 위해 국고가 투입될 수도 있다.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9%인 것을 감안하면 30%대인 필요보험료율과의 차이만큼을 국고로 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현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의 길을 가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연금개혁을 한시라도 서둘러야 한다는 점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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