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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 저평가 원인은 수익성… 상장사 자본효율성 높여야

금투협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
기업 지표 개선 등이 밸류업 핵심
투자자 관점서 지배구조 개선해야
日, 소액투자자 위한 감세 확대
투자자와 긴밀한 소통으로 밸류업

韓기업 저평가 원인은 수익성… 상장사 자본효율성 높여야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선 열린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앞줄 왼쪽 여섯번째부터) 등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제공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주체는 결국 기업들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기업'이라는 이유로 평가절하되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 지표를 시장의 기대만큼 내지 못하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의 근본적 변화가 열쇠

맥킨지앤드컴퍼니 전은조 시니어파트너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에서 "정량적 분석 결과 한국기업들의 저평가는 실증적으로 확인되고 있고, 수익성 지표 등 재무적 저성과와 관련돼 있다"고 짚었다.

한국의 경우 자본 효율성을 가늠하는 투하자본이익율(ROIC)이 지난해 기준 5.7%에 불과하다. 미국(17.4%), 일본(13.1%), 대만(9.9%)과 격차가 아주 크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1.0배(4월 말 기준)로 미국(4.7배), 프랑스(2.1배), 영국(1.9배), 일본(1.6배) 등에 뒤처진다.

전 파트너는 "그저 한국기업이라서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통계상으론 (한국이라서 받는) 불리한 평가는 설명력의 1% 미만"이라며 "간접적으로는 기업지배구조(거버넌스) 등 요인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파트너는 밸류업 당사자인 상장기업에 대해 '자본 효율성 제고를 비롯한 이익·정성적 지표 개선에 노력하고, 기업의 전략·활동에 대한 소통 및 실행'을 요구했다. 정책, 세제, 규제 완화는 변화를 위한 마중물일 뿐이며, 기업 경영의 근원적 변화가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전 파트너는 아울러 대주주 거버넌스나 상속세 인하 등 복잡하고 사회적 합의가 오래 걸리는 사안들은 별도 사안으로 분리하고 "일단 일이 되게 만드는 제도 개선부터 손대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장회사협의회 정우용 정책부회장은 패널토론에서 "기업이 실적을 올려 투자나 영업을 하는 등 (몸집을) 키우고 싶어도 이를 막는 틀(제도)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김우진 교수는 "자기자본이익율(ROE) 하락의 경우 기업 이익은 크게 줄지 않았는데 분모인 자본이 계속 늘어난 결과"라며 "주주환원 확대,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을 요구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배구조 개선은 지배주주가 아닌, 투자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순환출자, 일감 몰아주기 등 일반주주들과의 이해충돌을 일으켜서 문제다.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밸류업은 공허하다"고 꼬집었다.

■개혁과 소통이 일본증시 살려

일본금융청 호리모토 요시오 국장은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 추진 중인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을 소개했다. 호리모토 국장은 "지난해 3월까지 (니케이지수가) 2만엔대에서 등락을 거듭했지만 올해 '신일본 개인저축계좌(NISA)' 제도를 시행하면서 개인 및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NISA는 비과세 기간을 평생으로 연장하고, 연간 납입한도를 120만엔에서 360만엔으로 3배 늘리는 내용을 담은 소액투자자 감세 정책이다.

호리모토 국장은 "워런 버핏이 일본을 방문해 상사 등에 대한 투자 의욕을 보이자 해외 투자자도 순매수세로 돌아섰고, 주가는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 밸류업 성공 요인으로 △가계자산을 자본시장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광범위한 구조적 개혁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해외 투자자에 대한 긴밀한 소통 △세제 인센티브, 금융교육 등 정책 성과를 체감시키기 위한 노력 등 3가지를 들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