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보다 짧은 주행거리
전기차 수요 둔화 주된 요인 지목
주행거리 상향화 전략으로 수정
아이오닉6·EV3 등 대폭 확대 투입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을 돌파하기 위해 주행거리 상향화 전략을 추진한다. 현대차·기아는 비싼 가격과 함께 내연기관차 보다 짧은 주행거리가 수요 둔화의 주된 요인으로 보고 한번 충전하면 5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를 집중 투입해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29일 관련 업계와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국내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8500만원 미만의 전기차 가운데 복합 기준 1회 충전 500㎞ 이상의 주행거리를 인증 받은 차량은 총 4종이다.
5월의 낮 기온과 유사한 상온(섭씨 25도)에서의 복합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보면 환경부 기준으로 현대차 아이오닉6가 544㎞로 가장 길었다. 이어 오는 7월 국내 시장에 기아가 출시할 예정인 EV3가 510㎞였고, 기아 EV9이 508㎞를 기록했다. 기아가 최근 내놓은 EV6 부분변경 모델은 505㎞였다. 보조금 받지 못하는 고가 전기차 중에선 테슬라 모델S가 555㎞로 가장 먼 거리를 갈 수 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전기차들은 300~400㎞대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갖추고 있다. 이는 여전히 부족한 전기차 충전소와 맞물려 전기차 수요를 둔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비싼 가격도 문제지만 내연기관차 보다 짧은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캐즘을 가속화하는 요소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500㎞ 이상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갖춘 전기차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도 지난 21일 EV3 공개 미디어 행사에서 "전기차를 사용하고 싶은 고객들의 심리적인 주행거리 수준을 분석해보면 450~500㎞는 돼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EV3는 보조금을 포함해 3000만원대에서 시작하면서 한번 충전하면 510㎞의 거리를 달릴 수 있도록 개발됐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신 상대적으로 주행 거리가 긴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한 덕분이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한 인도네시아 배터리 공장(HLI그린파워)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 받기로 해 가격까지 낮췄다.
현대차도 올 하반기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9을 내놓는다.
아이오닉9은 3열을 갖춘 대형 전기차이지만 500㎞가 넘는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출시를 준비 중이다. 기아는 내년에 EV4와 EV5를 출시할 예정인데, EV3와 비슷한 500㎞ 이상의 주행거리를 갖추면서도 시작 가격은 3000만~4000만원대로 책정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중화 모델이나 고급 차량 모두 450~500㎞대 수준의 주행거리를 갖춰야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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