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보다 단기매매 더 선호
美주식 직접투자·ETF 활용 늘어
미국증시가 빅테크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국내 적립식에서는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진득하게 주식을 사 모으기보다 직접 투자하거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이용하는 전략을 선호하는 결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해외를 투자처로 삼는 증권형 적립식 공모펀드 계좌는 544만5374좌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553만2372좌) 대비 8만6998좌(1.6%)가 감소한 수치다.
주식형 계좌가 제일 많이 줄었다. 이 기간 225만4882좌에서 218만8512좌로 6만6370좌(3.0%)가 증발했다. 이 외에 혼합주식형(1169좌·1.8%), 혼합채권형(8566좌·5.6%), 채권형(1만3891조·5.2%) 등에서도 적립식 계좌는 축소됐다. 재간접형에서 소폭(0.1%·2998좌) 늘었을 뿐이다.
특정 시점에 일시금을 납입해 최종 수익률만 기대하는 거치식 펀드와 달리, 적립식 펀드는 일정 주기로 동일한 금액을 투입하는 식으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춰 분산 투자 효과를 볼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상황을 봐가며 투자하는 수단이다.
적립식 계좌가 감소했다면 투자자들이 다른 방식 및 수단으로 이동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해외 투자처, 주로 미국의 경우 직접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순매수 금액은 43억달러(약 5조8674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채권도 22억달러(약 3조8000억원)어치 사들였다.
ETF 역시 사고팔기 쉬운 만큼 상대적으로 이용도가 높다. 판매사 창구까지 찾아가야 하는 일반 공모펀드 수요를 흡수한 셈이다. 국내 상장된 미국주식형 ETF의 순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15조9918억원에서 올해 1·4분기 말 21조4901억원으로 34.4% 증가했다.
적립식 투자는 위험을 헤징(회피)하며 일정 정도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이지만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거나 크게 빠지는 구간이 많지 않은 경우라면 평균 매입단가가 같은 조건의 거치식 상품보다 높아질 수 있다.
상대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단기매매 시장에선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적립식 투자는 안정적으로 과실을 따는 정석적 방법이지만 변동성이 크지 않은 상태로 오르다가 고점 이후 빠르게 떨어지는 경우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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