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형 슬라이더블 등 대거 선보여
중국 최초 차량용 폴더블도 공개
애플 일부 모델 패널 납품도 성공
정부 지원 업고 기술력 고도화 속도
중국이 폴더블(접는), 슬라이더블(밀고 당기는) 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분야에서 신기술을 대거 선보이며 액정표시장치(LCD)보다 빠르게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이 성장성이 높은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며 한국과 중국의 OLED 기술 격차는 불과 1년 남짓까지 크게 좁혀졌다는 분석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패널 업체 BOE는 최근 개최된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SID2024'에서 31.6형 크기의 슬라이더블 OLED 패널을 공개했다. 평소에 화면이 숨겨져 있다 필요 시 옆으로 패널이 길어지는 제품이다.
BOE는 차량용 OLED 제품도 다수 전시했다. 15형 및 17형 폴더블 OLED 패널을 결합한 후 운전석 중앙에 배치했다. 중국이 자동차에 탑재되는 폴더블 OLED 패널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폴더블 패널이 주로 탑재되는 TV, 스마트폰 등에만 머물지 않고,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도하고 있는 차량용 OLED 등 신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아울러 BOE는 OLED 패널에서 디스플레이 주사율을 조절해 소비전력을 절감하는 '하이브리드 리프레시 레이트 OLED' 기술도 선보였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OLED 시장 영토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데다 막대한 내수 소비를 기반으로 판매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시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에서 BOE 등 중국 패널 업체들의 합산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53.4%로, 전년 동기 대비 15.6%p 상승했다. 개별 기업 기준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1위를 유지했지만 같은 기간 53.3%에서 41%로 12.3%p 하락했고, LG디스플레이는 6위(6%)에 그쳤다. 업계는 제품마다 다르지만, 현재 한국과 중국의 OLED 기술 격차가 1년에서 1년6개월까지 좁혀졌다고 보고 있다.
BOE는 글로벌 IT 시장의 최대 '큰 손'인 애플의 까다로운 기술 눈높이를 맞추며 공급망에 서서히 편입되고 있다. 실제 BOE는 기술적 결함 문제로 애플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최근 아이폰15와 아이폰15플러스 등 일부 모델에 패널을 납품하는데 성공했다.
폴더블·슬라이더블 등 새로운 폼팩터 시장에서도 중국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까지 기술력을 고도화하면서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올해 상반기 중국이 640만대의 폴더블 OLED 패널을 출하해 삼성디스플레이(57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전체 폴더블 OLED 패널 시장의 53%를 중국이 차지할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BOE의 8.6세대용 IT용 OLED 생산라인 투자액만 해도 국내 업계의 투자 규모를 대폭 뛰어넘는다"며 "한국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선 인재 양성, 세제 혜택 등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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