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HBM 주도권 노리는 삼성… 전영현 "AI시대, 다시 없을 기회" ['AI發' 반도체 지각변동]

파업 하루만에 취임 첫 메시지
전 부회장, 위기 돌파 의지 표명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큰 과제
HBM3E 퀄테스트 통과 '시급'

HBM 주도권 노리는 삼성… 전영현 "AI시대, 다시 없을 기회" ['AI發' 반도체 지각변동]
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구원투수'인 전영현 부회장(사진)이 "우리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다시 힘차게 뛰자"는 취임 포부를 밝혔다. 반도체 구원투수로 등판한 지 9일 만에 공식 취임사를 통해 난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 탈환과 더불어 사상 첫 노조 파업 해결이라는 당면과제를 두고 '전영현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HBM 탈환에 파업까지…과제 산적

전 부회장은 30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취임사에서 "최근 어려움은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저력과 함께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의 문화를 이어간다면 얼마든지 빠른 시간 안에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빼앗긴 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TSMC와 점유율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사업부장 이후 7년 만에 다시 돌아와 보니 우리가 처한 반도체 사업이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저를 비롯한 DS 경영진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난해 회사 설립 이후 최대 적자를 기록했고, 부동의 1위 메모리 사업은 거센 도전을 받고 있으며, 파운드리 사업은 선두업체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시스템LSI 사업도 고전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로 지난해 DS부문에서 14조8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HBM 사업에서는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와 공급계약이 지연되고 있고,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전날 DS부문 조합원이 중심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선언을 하며 위기감을 키웠다. 지난 27일에는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직원 2명이 방사능에 피폭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위기극복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전 부회장은 사내 결속을 위한 '소통 리더십'을 다짐했다. 그는 "저는 부문장인 동시에 여러분의 선배"라며 "삼성 반도체가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다가서고, 임원들이 솔선수범해 전사적인 역량 집중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AI 시대 "위기를 기회로"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통한 위기극복 의지도 드러냈다. 전 부회장은 "지금은 AI 시대이고, 그동안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며 "이는 우리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오지만 우리가 방향을 제대로 잡고 대응한다면 AI 시대에 꼭 필요한, 반도체 사업의 다시없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BM 5세대인 HBM3E 제품이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품질검증)를 통과하는 것이 전 부회장의 가장 큰 당면과제다. 최근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제품에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 반도체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며 삼성전자와 협력을 시사한 만큼 파운드리 실적개선을 이뤄내야 할 책임도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오는 6월 12∼13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SAFE 포럼 2024'를 열고 파운드리 기술 로드맵과 AI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전략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전 부회장은 "삼성 반도체는 50년 역사를 가졌고, 30년간 메모리반도체 1위를 지켜왔다"며 "숱한 위기와 역경을 극복하고, 그 어느 회사보다 튼튼한 기술적 자산을 갖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고 뛰어난 연구경험과 노하우도 축적돼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저력과 함께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의 문화를 이어간다면 얼마든지 빠른 시간 안에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