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통장 해지하고 1년간 수입 전부 저축하라
40대 A씨는 평생을 프리랜서로 살아왔다. 노후 준비만 된다면 일을 길게 하고 싶지는 않다. 현재 소득으로 당장의 생활은 그럭저럭 하고 있는데 특정 기업에 소속되지 않아 연금은 없다. 예전엔 4대 보험 등 고정 지출이 없어 좋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불안감이 앞선다. 손에 쥔 것이라곤 전세보증금과 현금 5000만원이 전부다. 앞으로 10년 정도는 일을 할 수 있을 듯한데 이후엔 다른 직장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계부도 작성해 봤는데 큰 효과를 보진 못 했다. 옷 사는 걸 좋아해 제한금액도 정해뒀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A씨는 지금까지 모은 돈이 적당한 지, 수입 대비 저축을 적절히 하고 있는 지가 궁금해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48세 A씨의 연간 소득은 4300만원이다. 월 360만원 정도를 버는 셈이다. 월 지출은 205만1000원이다. 고정비로는 보장성보험료(42만원), 휴대폰비(1만9000원), 인터넷·OTT(3만원), 후원금(3만원), 마이너스통장 이자 상환(2만7000원) 등 52만6000원이 든다. 변동비는 152만5000원이다. 관리공과금(14만원), 교통비(2만원), 식비·생활비(130만원) 운동비(6만5000원) 등이 있다. 이와 별도로 연간비용으로 1560만원이 나간다. 자산은 전세보증금(1억8000만원)과 예금(5000만원)을 합쳐 2억3000만원이다. 부채는 마이너스통장으로 750만원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람마다 저축방식은 다르다. 수입에서 지출 후 남은 금액을 저축하는 경우가 있고, 먼저 저축을 하고 잔액 안에서 소비를 하기도 한다. A씨의 경우 노후 재무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일단 수입·지출 관리부터 돼야 한다. 장기 목표 수립, 연금 가입 등은 그 다음 문제다. 월 단위뿐만 아니라 해당연도 전체 소비 항목과 금액을 평가해 봐야 한다.
금감원은 구체적 방안으로 6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욕구의 단계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필요한 것(Needs), 원하는 것(Wants), (필요 이상의)욕구(Desire) 등이다. 알고 있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가령 A씨는 밥은 사먹는 게 아끼는 것이라 생각했고, 옷 구매는 매달 해도 된다고 인식했다. 스스로 소비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연간 비정기지출은 1560만원까지 불어났다.
다음은 연간 총수입과 총지출을 비교하는 작업이다. 그래야 월 단위 소비나 저축 등이 들쭉날쭉하지 않은 지, 현재 자산 대비 지출과 잉여금 수준은 적절한 지 판단할 수 있다.
마이너스통장은 해지를 권고했다. A씨는 돈이 떨어졌을 때 고정비나 신용카드 대금의 연체를 막는 용도로 쓰고 있다. 결제대금 부족시 정기예금을 깨는 것보다 비용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생활을 반복하면 수입 안에서 일정 소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그 자체가 습관이 돼 전액 상환은 요원해진다.
'통장 쪼개기'도 필요하다. A씨는 프리랜서인 만큼 몸이 아픈 달엔 100만원도 못 벌 수 있다. 예측 가능한 대상은 자산과 부채가 전부다. 연간 예산을 정립하고, 용도별 통장을 따로 두는 게 합리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명 '저수지통장'에는 고정비와 변동비를 합친 금액을 이체할 것을 조언했다. 월 150만원으로 산정하면 연 1800만원이다. 고정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변동비를 97만4000원까지 줄여야 가능하다. 이 통장에서 다시 매월 생활비 통장으로 변동비만 입금한다. 비상금통장도 따로 둔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파킹통장을 활용해 비정기지출에 사용한다.
신용카드 결제일 변경도 요구된다. A씨 월급날은 매달 20일, 결제일은 21일이다. 신용카드 사용기간은 전월 9일~당월 8일로 맞춰져 있다. 가계부 작성시 어느 주기에 맞춰야 할 지 감은 안 잡히고 결산을 하기도 힘들었다. 신용카드 사용기간을 월급주기로 맞추는 게 최선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끝으로 지금부터 향후 1년은 저축기간으로 설정하라고 주문했다. 올해 지출은 현재 자산으로 충당하고, 연 수입 중 3300만원은 현금성 자산으로, 나머지 1000만원은 주거와 노후 설계를 통해 장기 저축 및 투자 계획을 추가로 수립하는 식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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