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토탈에너지스·LG화학 등
사업 다각화로 미래 먹거리 확보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불황이 깊어지는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고부가 스페셜티(특수제품) 사업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최근 선형 알파 올레핀(LAO) 제조를 위한 파일럿 공장을 착공했다. 이 소재는 차세대 고부가 소재로 꼽히는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생산을 위한 원료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현재 POE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한화토탈에너지스는 340억원을 투자해 대산공장에 연 200t의 POE 제품을 생산하고 주요 공정을 테스트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한 바 있다. POE는 고무와 플라스틱의 성질을 모두 가진 고부가 합성수지로 태양광필름, 자동차용 범퍼 소재, 신발의 충격흡수층, 전선 피복재 등에 쓰인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이번 LAO 파일럿 공장 운영을 통해 LAO 양산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LAO-POE로 이어지는 공급망 안정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한화토탈에너지스 관계자는 "POE 원료인 LAO 파일럿 공장 운영을 통해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라면서 "현재 국내에 별도 생산시설이 없어 전량 수입되는 LAO 자급화를 통해 공급망 안정화 및 미래 먹거리의 안정적인 확보에 나선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POE 등 친환경 소재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 스페셜티 개발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페인트에 들어가는 이소프로필알코올(IPA)과 배터리, 반도체 공정용 소재로 각광받는 탄소나노튜브(CNT)도 LG화학의 차세대 주력 품목이다.
롯데케미칼은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를 포함해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전지소재 부문에서는 양극박, 동박, 전해액 유기용매, 분리막 소재를 직간접적으로 생산하거나 생산을 앞두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또 지난해 9월 리사이클 소재(PCR)와 바이오플라스틱 소재(Bio-PET)를 통합해 친환경 소재 브랜드 에코시드를 론칭했다.
화학사들이 이같이 고부가 스페셜티 개발을 통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것은 주력하던 범용 화학제품이 중국발 악재로 수익 확보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중국 내수 부진으로 화학제품 수요가 위축되는 가운데 범용제품의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가격까지 크게 떨어지면서 국내 석화업계는 장기침체에 빠져 있다.
실제로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중국의 수요둔화에 따라 2023년 국내 석유화학사의 대중국 수출규모는 약 935만t으로 전년(994만t) 대비 6% 감소했다.
2009년 50%였던 국내 석화업계의 중국수출 비중은 2023년 40%까지 줄었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기초유분을 중심으로 산업 내 생산능력 확대가 누적된 데다 올해도 중국 업체들의 증설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석유화학 주요 제품은 대부분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기존 범용제품만으로는 중국발 수요위축과 공급과잉 등에 따른 수익저하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판단"이라면서 "고부가 스페셜티를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우위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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