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울산 공장 전경. 에쓰오일 제공
[파이낸셜뉴스]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내년 말까지 원유 감산량을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전망이다. 감산 연장이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정유업계의 정제마진은 개선되지만, 석유화학은 전방산업 침체로 나프타 원가 상승분을 제품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 이번 결정에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 감산 효과 기대
4일 업계에 따르면 OPEC+발 유가 상승 가능성으로 정유업계에는 실적 개선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OPEC+는 지난 2일(현지 시간) 2025년 말까지 석유 생산량 제한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하루 366만 배럴의 공식 감산량을 유지해온 OPEC+의 입장을 이어가는 것이다. 다만 내년 1~9월까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대해 하루 30만 배럴씩 감산을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같은 감산 조치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비회원 산유국의 생산량 증가와 고금리 및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요 우려 속에서 글로벌 공급 과잉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국내 정유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정유사가 상대적으로 유가가 낮을 때 원유를 구매한 후 가격이 상승할 때 판매하면 정제마진과 재고평가가 개선돼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2·4분기 휴가철이 본격화되며 정제마진도 양호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값으로 정유사들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통상적으로 정제마진은 4∼5달러가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데 지난달 마지막주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5.4달러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OPEC+감산으로 수급이 타이트해지면 유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기름 수요는 2·4분기 드라이빙 시즌 등이 다가오면서 함께 늘어나 정제마진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화업계, 원가 부담·수요 부진 '한숨'
OPEC+의 감산 연장에 석유화학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원재료 가격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어서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원유에서 뽑아낸 나프타로 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데, 원유 가격이 오르면 나프타 가격도 덩달아 상승해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실적을 가르는 핵심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제품가-원가)도 지난달 5주차 기준 298달러로 손익분기점인 t당 300달러를 밑돌고 잇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0년 중국에서 석유화학 설비를 대규모 증설한 여파로 석화업계가 공급 과잉 상태"라며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도 겹쳐 유가 상승분을 반영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들어 유가는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 등 영향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린 바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수입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1월 배럴당 78.1달러, 2월 80.3달러, 3월 81.6달러, 4월 89.6달러로 올랐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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