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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함 넘어 한국史 아픔 보듬는 작품 [손이천의 '머니&아트']

김창열 '물방울 SOR201704'

영롱함 넘어 한국史 아픔 보듬는 작품 [손이천의 '머니&아트']
"예술의 본질은 결국 일루전(Illusion)일텐데, 이것을 재검토해보려는 게 나의 예술입니다." 격동의 한국 미술사를 관통해온 대표 작가 김창열(1929~2021), 대중들에게는 '물방울 화가'로 널리 알려진 그가 작고한지 3년이 지났지만,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조명과 미술시장에서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갤러리현대는 '영롱함을 넘어서'전을 통해 그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고, 지난 5월 28일 홍콩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의 이브닝 세일에는 '물방울'이 출품돼 8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1929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김창열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상흔을 몸소 겪으며, 예술을 통해 위안과 희망을 얻었다. 1948년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했지만, 한국전쟁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게 된 작가는 이후 물방울을 통해 전쟁에서 죽어간 많은 영혼들을 위로했다.

1957년 현대미술가협회를 창단, 추상미술의 흐름인 '앵포르멜 운동'을 이끌던 김창열은 1966년 미국 록펠러재단 장학금을 받아 뉴욕에서 판화를 전공하며 활동 폭을 넓혔다.

1969년에는 백남준의 도움으로 파리로 이주해 새로운 예술의 세계를 열게 됐고, 1971년 처음으로 물방울을 그리기 시작해 1972년 '살롱 드메' 전시에 '밤에 일어난 일'을 출품해 본격 데뷔한 후 50년 넘게 무수한 변화와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물방울 세계를 펼쳐갔다.


케이옥션 6월 경매에도 그의 100호 크기 작품 '물방울 SOR201704'(사진)가 출품된다. 경매 시작가는 1억9000만원이다. 캔버스 전면을 투명한 물방울로 가득 채운 이 작품 속 물방울은 저마다 빛에 반짝이며 영롱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물방울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모든 것을 물방울 속에 용해시켜 투명하게 '무(無)'로 되돌려 보내고, 또 그가 겪었던 분노, 불안, 공포도 모두 '허(虛)'로 돌려버리고자 했던 김창열 '물방울'의 영롱한 신비로움을 작품 속에서 직접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

손이천 케이옥션 수석경매사·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