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불교미술 '여성' 키워드로 첫 조명
전세계 27개 컬렉션서 걸작 92점
이재용 회장도 5차례 관람하며 각별한 관심
삼성 오너 3대에 걸친 예술 사랑 결실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호암미술관 전경. 삼성전자 제공
고려 나전 국당초문 경함. 삼성전자 제공
백제 금동 관음보살 입상. 삼성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삼성 호암미술관이 개최한 동아시아 불교미술 기획전이 흥행을 거두면서 삼성그룹 오너가의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재조명되고 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이 30여년간 수집한 고미술품을 기반으로 세워진 호암미술관에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기증한 미술품들이 다수 전시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국내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쏟은 아낌없는 투자가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경기 용인시 소재 호암미술관에는 지난 3월 27일부터 진행 중인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기획전을 감상하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5월 말까지 일 평균 관람객 수만 1000명이 넘어 누적 6만명을 넘어섰다.
이번 기획전은 한국·일본·중국 등 3개국의 불교미술을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본격 조명한 세계 최초 전시다. 호암미술관은 세계 유수의 불교미술 명품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5년의 시간을 투자해 전시를 준비했다. 실제 전시에 포함된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고서화인 '수월관음보살도'는 자국 소장처에서도 자주 전시하지 않고, 한번 전시되면 상당 기간 작품 보존을 위해 의무적인 휴지기가 있다. 그만큼 전시되는 기회 자체가 드물다. 해외에서 중요 작품 1~2점을 대여해 전시하는 경우는 있지만 한국, 일본, 미국, 유럽 소재 27개 컬렉션에서 불교미술 걸작품 92점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는 극히 이례적이다. 92점 중 한국에 처음 들어온 작품만 47점에 달한다.
호암미술관이 해외 개인 소장가에게 대여한 일명 '백제의 미소',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국내에서 일반인에 최초로 공개됐다. 수만개의 자개 조각으로 촘촘하게 이뤄진 불교경전을 담는 상자인 '나전 국당초문 경함'은 전 세계에 단 6점만 남아있는 고려시대 국보급 작품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 '궁중숭불도', '자수 아미타여래도' 등도 전시됐다.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아미타여래삼존도', '아미타여래도', '석가여래설법도' 등 4점도 일반에 최초 공개됐다.
이재용 회장은 이번 전시를 5차례나 둘러볼 만큼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특히 이 회장은 비즈니스 미팅차 한국을 찾은 해외 주요 인사들을 전시에 초청해 한국 전통 문화를 소개하고 국내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삼성의 노력과 기여를 설명했다. 이 회장은 함께 방문한 일행들에게 '감지금니 묘법연화경'을 확대해 세밀하게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돋보기'를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호암미술관은 이병철 창업회장이 30여년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1982년 4월 22일 개관했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개인적으로 모은 국보·보물 10여점을 포함한 문화재 1167점을 1978년 삼성문화재단에 기증했다.
재계의 유명한 예술애호가였던 이건희 선대회장은 한국의 소중한 문화재가 국내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이를 모아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지난 2021년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 오너 일가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개인 소장품 2만3000여점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오너가 3대에 걸친 미술 사랑과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국민들에게 명작의 힘과 작품의 매력을 느끼게 해줬다"며 "국내 미술문화 부흥과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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