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범 경제부 차장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석유 탐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너지의 9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에게 석유·천연가스가 펑펑 쏟아지는 것은 산유국을 더 이상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꿈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통해 밝힌 포항 영일만 앞바다 탐사·시추계획 승인은 여전히 우리가 '산유국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포항 영일만 38km에서 100km 범위의 심해 최대 2km 지점에서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천연가스가 존재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석유공사가 2022년에 구성한 '광개토팀'이 이룩한 성과다.
1년 동안 지진파(탄성파)와 슈퍼컴퓨터 등을 활용해서 수집한 자료를 미국의 액트지오(Act-Geo)사가 작년 2월부터 10개월 동안 분석했다는 것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자원탐사는 늘 낮은 가능성에 도전해야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이 1966년부터 시도했던 30여 차례의 시추는 모두 실패했다. 현재 엄청난 양의 석유를 퍼내고 있는 북해 유전의 경우에도 시추 성공률은 3%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금세기 최대 유전이라는 가이아나 역시 7%의 확률을 뚫고 탐사·개발에 성공했다.
물론 이번 발표에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정부·여당은 너무 성급했고, 야당은 지나치게 비판적이다. 우선 탐사·시추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나선 것이 아쉽다. 대통령의 행동과 발언은 늘 신뢰를 동반해야 한다. 산업부가 발표한 20%의 시추 성공율은 앞선 언급했던 시추 사례보다 성공확율이 높지만 여전히 80%의 실패 확율도 존재한다. 자칫 실패한다면 대통령 발언에 대한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탐사·시추계획 승인 발표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하고, 이후 시추가 성공했을 때 윤 대통령이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의 경우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야당은 탐사·시추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보기보단 과정을 지켜보면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 물론 지금 정부가 언급하고 있는 수 천 조원의 이익도 개발이 성공했을 때나 가능할 얘기다.
지금 산업부가 해야할 일은 탐사 성공 후 예상 결과만을 홍보하기 보단 투명하게 탐사·시추계획을 진행하는 것이다. 설령 유전개발에 실패하더라도 과정이 투명하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언론과 국민들은 오히려 낮은 확율에도 자원 개발이라는 도전을 선택한 정부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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