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이 청소를 한 직후 물걸레 상태(왼쪽)와 청정스테이션에서 자동 세척을 마친 상태. 사진=김동호 기자
"오염도가 높아 물걸레 세척시간을 변경합니다."
삼성전자가 야심 차게 내놓은 '비스포크 AI 스팀'을 써본지 이틀째, 낯선 남자 음성의 인공지능(AI)이 갑자기 우리 집이 더럽다는 불평을 시작했다. 그래도 물걸레 오염도를 AI가 파악해 더 깨끗하게 세척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비스포크 AI 스팀은 삼성전자가 중국 기업들이 장악한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탈환을 위해 개발한 모델이다.
비스포크 AI 스팀의 꼼꼼함은 첫날부터 체감했다. 작동을 시키고 식탁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었는데, 내 발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발가락 1㎝ 앞까지 청소하다, 발을 들지 않고 버티자 옆 의자 다리 사이로 이동해 청소를 계속했다.
청소 중간중간 물 보충과 물걸레 세척을 위해 스팀 청정스테이션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바닥에 붙어있는 물걸레 오염도를 알고 스스로 세척하는 모습에 AI 기술 발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특히 앞서 삼성 AI 무선청소기 '비스포크 AI 제트' 체험에서도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머리카락 걸림 여부였다. 로봇청소기를 잠시 눕혀 브러시를 열어보니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다. 엉킴 방지 그라인더가 장착돼 있어 머리카락을 잘게 잘라 흡입하는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적용된 물걸레 스팀 살균 기능은 청결함을 더한다. 100도 스팀 분사로 물걸레 표면을 99.99% 살균해 주고, 청소가 끝나면 55도 열풍 건조해 주니 꿉꿉한 걸레 냄새도 나질 않는다. 더 놀라운 점은 아이 방에 깔려있는 카펫 청소였다. 카펫에 올라타길래 물에 젖을까 걱정돼 살펴보니 물기가 없었다. AI가 바닥을 인식해 카펫 위에서는 물걸레를 들어 올리는 기술이 탑재된 덕분이다.
AI에 대한 기대감이 컸을까. 아쉬움도 남았다. 스틱청소기는 내가 원하는 곳을 바로 청소할 수 있었지만, 로봇청소기는 눈 앞에 떨어진 휴지 조각도 한참을 돌고 돌아 청소했다. 청정스테이션에서 물걸레 세척 시간 동안 이어지는 소음도 개선될 여지가 남았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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