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빅테크 활황에 다양한 상품 출시
반도체 위주 국내주식은 상품 한계
‘증시 저평가’로 성장 제약 지적도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국내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머뭇거리고 있다. 주가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미국 빅테크를 다양한 비율로 조합해 내는 상품에 집중하는 반면, 국내주식형에는 역량을 투입하지 않는 모습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국내주식형 ETF는 모두 11개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시장에 오른 해외주식형(26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지난 2021년만 해도 국내주식형(48개)이 해외주식형(27개)을 크게 앞섰으나 2022년 28개와 50개, 지난해 39개와 51개로 국내주식형이 뒤로 처졌다.
특히 올해 들어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 2개사는 국내주식형을 아예 내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각각 4개, 6개 내는데 그친 바 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을 13개, 11개 선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본적으로 국내주식으로 눈에 띄는 상품을 만들어내기가 녹록지 않다. 주로 반도체에 수요가 쏠려 있어 그 안에서 테마 찾기에 분주한 정도다. 실제 올해 나온 국내주식형 ETF 11개 가운데 5개가 반도체 관련 상품이다. 가령 비만치료제, 금 채굴기업, 블록버스터바이오테크 등은 국내주식으로 구성하기 힘들다. 해당 기업이 없거나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이 간접투자 시장으로 옮겨 붙은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가 ETF 시장의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수요가 증가한 월 혹은 분기 단위 분배형 ETF 역시 해외주식형으로 구성하는 것이 훨씬 용이하고,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국내주식들보다는 해외 대형주들이 배당성향이 크기 때문이다. 분배형 ETF 투자자들은 고수익률보단 고분배를 노리고 들어오는 경향이 강하다.
전체 펀드시장 구도 역시 이와 비슷하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ETF를 포함해 1018개 국내주식형 펀드의 순자산(4일 기준)은 67조6290억원으로 해외주식형(1039개·64조6910억원)과의 격차가 3조원 미만이다. 2022년 말만 해도 해당 수치는 54조9050억원, 45조1708억원으로 9조7000억원 이상 벌어졌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주식형을 중심으로 자금이 들어오고 순자산이 늘어나기 때문에 추가 출시 때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단 눈길을 사로잡는 새로운 테마를 내려면 해외주식을 활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