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기 속 신성장 동력 발굴
2주간 美 동·서부 30건 일정 소화
시작은 버라이즌과 통신사업 논의
HBM 공급 젠슨 황 만날지도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오른쪽)이 2021년 11월 버라이즌 본사를 방문해 한스 베스트베리 최고경영자(CEO)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등 초격차 전략의 위기 상황에서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의 최전선을 누비며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섰다. 미국 동부 뉴욕에서 시작해 서부 실리콘밸리를 관통하는 2주간의 장기 출장동안 30건의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벌인다. 이 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통신과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굵직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美 최대 통신사와 협력 논의
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차세대 통신 분야와 갤럭시 신제품 판매 등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과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최경식 북미총괄 사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달 31일 '삼성호암상 시상식'이 끝난 직후 미국으로 출국한 이 회장은, 글로벌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을 비롯한 미국 주요 IT·반도체·통신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비롯해 정관계 인사들과 릴레이 회동을 이어간다.
이 자리에서는 갤럭시 신제품 관련 공동 프로모션과 버라이즌 매장 내에서 갤럭시 신모델의 인공지능(AI) 기능을 체험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 회장은 버라이즌과 만남 직후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버라이즌은 글로벌 통신 사업자 중 삼성전자의 최대 거래 업체로,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네트워크 장비 등에 걸쳐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버라이즌은 2020년 7조9000억원 규모의 '5G를 포함한 네트워크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한국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 계약으로, 삼성전자가 미국 5G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삼성전자는 버라이즌과 협력 강화로 차세대 통신 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버라이즌의 유기적 파트너십은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밑바탕이 됐다. 이 회장과 베스트베리 CEO는 2010년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 콩그레스(MWC) 참석을 계기로 10년 넘게 각별한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베스트베리 CEO가 스웨덴 통신 기업 에릭슨 회장에서 버라이즌으로 옮긴 뒤에도 인연을 이어오며 5G 분야 대규모 장비 공급 계약이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이 회장은 계약 과정에서 베스트베리 회장과 수시로 화상 통화를 하며 새로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젠슨 황 만날까…HBM 공급 논의 촉각
이 회장의 2주간 출장은 미국 동부 뉴욕과 워싱턴DC를 거쳐 서부의 실리콘밸리로 이어진다. 주요 고객사와 협력 강화는 물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이달 중순까지 30여건의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출장 기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오는 12∼13일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하는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와 'SAFE 포럼 2024' 참석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에서는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가 포럼을 찾아 삼성전자 관계자들과 만나 위탁생산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이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전격 회동할지도 큰 관심사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차세대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해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 두 사람의 행보에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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