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제 유가가 상승할 때마다 정유회사에 횡재세를 물리자는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점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외 변수에 따라 실적이 자주 널뛰는 업종에서 실적 회복 조짐이 보일 때마다 횡재세를 걷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정유사들이 호실적을 기록한 것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횡재세(초과 이윤세)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당선자 워크숍에서 속도를 조절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업계의 긴장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횡재세는 고유가, 고금리 등으로 이익을 얻은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뜻밖의 횡재로 초과 이윤을 얻은 기업에게서 세수를 충당하자는 취지다. 정유업계가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지난 2022년 상반기 횡재세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다만 막상 유가가 급락하자 정유회사들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논의가 힘을 잃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에너지 업종은 국제유가, 원유 재고 수준, 원·달러 환율 등 여러 대외 변수들에 따라 실적이 널뛰는데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일시적인 실적 개선을 '횡재'로 규정해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정유사들의 실적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국내 주요 정유사들은 지난 1·4분기 일제히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지난 분기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정제마진이 배럴당 최고 15달러 수준까지 급등한 영향이다.
다만 지난 4월부터는 복합정제마진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지난달 마지막 주에는 배럴당 5.4달러로 급락했다. 통상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BEP)는 5달러 안팎으로 알려져 있어 정유사들의 2·4분기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업계는 횡재세는 국내 정유사의 사업구조 차이를 간과한 주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원유를 직접 시추해 판매하는 유럽·미국의 메이저 석유사들과 달리 국내 정우사들은 원유를 수입한 뒤 정제해 판매하는 구조다.
환율·에너지 시황에 민감해 고유가 수혜를 온전하게 누릴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2007년 이래 국내 정유 4사의 정유 부문 누적 영업이익률은 2%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횡재세를 논의하면서 정유사들이 정제마진 하락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을 때는 손익을 보전해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며 "유가가 오르면 오르는 대로 비싼 값에 원유를 사 올 수밖에 없는 정유사들의 수익구조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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