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국 곳곳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건수도 늘고 있다. 올해 들어 이미 총 11건의 공사비 검증을 진행해 지난해 연간 건수의 40%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진행한 공사비 검증은 총 11건이다. 공사비 검증 건수는 지난 2020년 13건이후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30건 등 3년새 2.3배로 확대됐다. 올해도 가파른 속도로 늘고 있어 지난해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은 도시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장의 시공사와 조합간 분쟁과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공사비 검증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도시정비처가 지난 2015년 정비사업 관리처분계획 타당성 검증업무를 맡은데 이어 2019년부터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기관으로 지정돼 공사비 검증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시공사가 공사비를 일정 비율 이상 올릴 경우 조합은 한국부동산원에 검증을 요청할 수 있다. 부동산원은 계약서 상의 공사 계약 내용, 직접공사비, 간접 경비, 보험료, 이주비, 대여금, 분양금 등 사업비와 금융비용 등 다양한 요소들을 검토해 공사비의 적정성을 들여다보게 된다. 해당 과정에는 박사, 기술사, 건축사 등 전문 자격을 갖춘 실무위원들과 다양한 분야의 외부자문위원회가 참여하게 된다.
공사비 검증 건수가 늘어난 것은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의 공사비원가관리센터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54.85이다. 지난 2020년 3월 118.06에 비해 약 30%가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3월은 지난해 3월(151.22)에 비해서도 2.4% 올랐다.
지난 3월에는 GS건설이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서울 강북구 미아3구역 재개발 조합을 상대로 322억9900만원의 공사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쌍용건설은 KT 판교 신사옥 추가 공사비 171억원을 요구하며 경기 성남 KT 본사 앞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KT가 추가 공사비 지급을 거부하며 채무 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하자 쌍용건설이 2차 집회를 계획하는 등 업체간 공사비 분쟁도 늘고 있다.
정부도 공사비 갈등이 늘어나자 이를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공사비 분쟁이 일고 있는 사업장에 지자체가 전문가를 파견하고 관리할 수 있는 '공사비 분쟁 정비구역 전문가 파견제도 운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올해 1월에는 공사비 산출 근거와 조정기준을 명확히 제시한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배포했다.
이에 따라 한국부동산원은 조합이 시공사와 계약하기 전 사전검토를 진행해 공정한 계약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공사비 정보의 투명성을 높여 무리한 증액 억제와 공사비 절감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공사비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해 조합과 시공자의 합리적 의사 결정을 지원하고, 공사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무리한 증액을 억제하고 공사 부풀리기를 방지해 공사비를 절감하며, 기본정보 제공을 통해 공사비 협상과 갈등 해결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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