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개선' 정책 세미나
회사·특정인 편향 사례 지적
"사회적 논의 필요" 화두 던져
"배임 등 형사 이슈화" 반론도
금융당국이 상법상 이사의 직무 충실의무를 회사는 물론 주주의 이익보호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더욱 명시적으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를 주제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쪼개기 상장과 같이 전체주주가 아닌, 회사나 특정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례가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른 국가들 또한 주주의 이익보호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우리 나라도 관련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 원장의 설명이다.
해외 입법 사례에 따르면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 및 모범회사법의 경우 이사의 충실의무 및 그 위반에 따른 법적책임 대상에 회사와 주주를 함께 명시하고 있다. 즉 이사가 충실의무를 위반하면 주주가 직접 제소할 수 있다.
일본 회사법은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식회사를 위하여'라고 돼 있으나 판례 및 해석론상 주주의 공동이익을 배려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 확대가 배임죄 등 형사 이슈로 번질 수 있는 것에 대한 경계론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경영 환경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는 한국적 특수성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 경영판단을 한 경우 민·형사적으로 면책 받을 수 있도록 '경영판단원칙'을 제도화한다면 기업경영에도 큰 제약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우진 서울대 교수와 나현승 고려대 교수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 등 주주 권한 강화에 목소리를 높였다. 나 교수는 이사 선임시 '집중투표제'를 확대, 이사회의 독립성과 주주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 교수는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시 소수주주의 의견들을 보다 잘 반영해 이사회 독립성을 높일 수 있지만 자산 1조원 이상 상장기업의 3.9%만 이를 채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패널토론에 참석한 경영계는 우려를 표시했다. 회사와 주주의 이익이 충돌하지 않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김춘 본부장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은 그 의미가 모호해 구체적인 상황에서 이사의 행위기준으로 작동하기 어려우므로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오는 26일에는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상장사의 의견을 수렴하는 세미나가 열린다. 금감원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한 균형감 있는 공론화 과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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