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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 옭아맨 '반기업 행정' 논란… 유통혁신 사라질 판 [쿠팡에 1400억 과징금]

쿠팡 "매년 수십조 들인 서비스 알고리즘은 소비자 선호 반영"
다른 업체도 PB상품 우선 노출
공정위는 조사 안해 형평성 시비

로켓배송 옭아맨 '반기업 행정' 논란… 유통혁신 사라질 판 [쿠팡에 1400억 과징금]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쿠팡 및 쿠팡의 자체브랜드(PB)상품을 전담하여 납품하는 자회사 씨피엘비의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에 대해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함에 따라 유통업계의 고유권한을 침해하고, 업계 관행까지 제재대상으로 삼았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13일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순위 조작으로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상단에 노출하는 고객유인행위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1400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쿠팡은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디지털 시대 스마트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며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유통 생태계를 전환시킨 '로켓배송'을 사실상 금지한 반기업 행정이란 평가도 나온다. 공정위의 결정은 가격이 싸고 배송이 편리해 선택을 받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소비자 기망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PB상품 상단 노출에 과징금 부과

쿠팡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조치에 대해 "다른 오픈마켓과 달리 매년 수십조원을 들여 로켓배송 상품을 직접 구매하여 빠르게 배송하고 무료 반품까지 보장해 왔다"며 "쿠팡의 '랭킹' 또한 고객들에게 빠르고 품질 높고 저렴한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로, 이 같은 차별화된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쿠팡을 찾고 쿠팡이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이 싸고 배송이 편리해 소비자들이 선택한 결과를 조작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쿠팡이 플랫폼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자사 PB상품을 상단에 노출하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쿠팡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쿠팡의 알고리즘은 소비자 선호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선한 것"이라며 주요 학계 전문가 의견을 인용, "추천 알고리즘 내외 가중치를 선별적으로 조정하거나 결과 리스트를 재정렬 또는 필터링하는 후처리는 거의 모든 상용 추천 시스템에서 사용한다"고 소명했다.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역시 비슷한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평성 문제·피해입증 불가 등

타 온라인 업체들과의 형평성 시비도 있다. 다른 온라인 유통업체들도 PB상품을 우선 노출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이에 대해 "고려사항이 아니다"라며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PB상품을 판매하는 수많은 이커머스들은 '물티슈' '만두' '생수' '계란' 같은 키워드를 입력하면 기본 추천순으로 PB상품이 상단에 노출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유통업체의 추천대로만 구매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오류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는 공정위 산하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전국 성인 남녀(20~60대) 1만5000명에게 물어본 결과 소비자의 71%는 '제품을 구매하기 전 정보를 검색하고 수집한다'고 대답한 것이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검색순위가 높을수록 노출이나 판매량이 높고, 이는 인위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PB 검색 상위 노출로 수익성을 제고했다는 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 쿠팡은 생수의 경우 PB 탐사수를 통해 매년 600억원가량 손실을 봤다.
코로나 시절에도 마스크 가격 동결과 저렴한 로켓배송 상품 확대로 500억원 손실을 입었다. 이 밖에 화장지, 물티슈 등 PB상품도 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측은 "전 세계 유례없이 '상품 진열'을 문제 삼아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 잃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