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열린 '2024 콘텐츠산업포럼'에서 권한슬 감독이 발제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생성형 AI로 만든 단편영화 ‘원 모어 펌킨’은 영화를 만드는 도구는 비록 달라져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영화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영화를 연출한 스튜디오 프리윌루젼의 권한슬 감독은 “감독의 역할 역시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1회 두바이 국제AI영화제에서 단편영화 ‘원 모어 펌킨’으로 대상을 수상한 권한슬 감독이 12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열린 '2024 콘텐츠산업포럼'에서 '원 모어 펌킨'을 공개하고, 생성형 AI 활용사례를 발표했다. '원 모어 펌킨'은 이미지의 일관성과 디테일은 떨어졌지만, 이야기는 흥미롭고 반전도 기발했다.
그는 자신의 단편영화가 이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 2관왕에 오른 비결로 “스토리를 중심으로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를 만든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AI 영상물은 미디어아트 느낌이 강했다”며 “하지만 영화는 내러티브와 주인공이 중요하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주제의식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원칙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성도가 떨어지는 AI 영상의 단점을 어떻게 강점으로 바꿀지 고민했고, 공포 장르로 풀면서 해답을 찾았다. 간혹 기괴하게 뽑히는 이미지가 있는데 공포물이면 이게 용인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는 “시나리오와 편집은 인간이 제가 하고, 이미지 구성은 AI가 했다”며 “카메라로 배우의 연기를 찍는게 아니고 AI가 이미지를 만들어준다고 보면 된다”며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감독이 그 이미지를 보고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룰을 동일했다. 오히려 실제로 촬영했다면 받아볼 수 있는 영상 시안이 제한적인데, AI는 무제한이었다”고 비교했다.
AI 영상의 장점은 제작비가 부족한 독립영화 감독으로선 치명적으로 매력적이었다. 그는 "이 단편을 완성하는데 고작 3명의 인원과 5일 그리고 전기세와 밥값만 필요했다. 5일간 만 장 이상의 이미지를 생성했다. 실제 독립영화로 만들었어도 배우를 기용하고 로케이션을 하고 특수분장을 하는데 시간과 돈이 필요했을테고, 제작 기간 역시 한두달 이상 필요했을 것”이라고 비교했다.
최근 현대자동차 광고 3편을 만든 그는 이날 이중 한편을 공개했다. 영상의 디테일은 떨어졌지만 대신에 이를 콩트 장르로 풀어내면서 재미를 안겼다. 그는 “광고제작비용이 기존의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줄었다”며 “음악과 비주얼 모두 AI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1인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비주얼을 비주얼라이션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혹자는 “AI를 이용해 (마우스로) 딸칵해 만들어놓고 이게 영화냐고 하는데, AI아트워크는 새로운 영역이다. AI가 무엇을 내놓을지 모른다. 외계에서 던져준 영상 시안과 창작자의 창의성과 주제의식이 조우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AI콘텐츠라는 장르가 생성될 것”이라고 봤다.
또 영상 산업 전반에 AI 콘텐츠가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VFX 컷을 AI로 만들면 비용절감이 될 것이다. 일례로 우주선이 블랙홀 앞을 지나가는 그런 (장면 상황에 따라 AI로 만들어도 티가 나지 않으면서도 품은 많이 드는) 장면 말이다.
” 또 영화의 프리 비주얼 영상 제작을 AI로 만드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봤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AI 영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버리고, AI 영상 활용 환경을 서둘러 구축해야 할 때라고 본다. 권한슬 감독은 “미국의 금문교는 데이터가 많아서 멋진 결과물이 나오나, 마포대교를 치면 이상한 우주 이미지가 나온다”며 “한국형 데이터가 학습이 안되어 있는데, 게임체이저가 될 AI 영상 기술이 우리 일상에 들어올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이 영상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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