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다르크(DARC)가 멸종 위기다. 다르크는 민간인이 운영하는 마약중독자재활센터를 뜻한다. '경기도 다르크(DARC)'의 사례를 보자. 경기도 다르크에 입소하는 마약중독자는 1달 회비 50만원만 내면 된다. 이 회비만으로 회원들은 하루 3끼 식사와 공동숙박시설, 간식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경기도 다르크는 운영 경비도 이 회비만으로 충당했다. 정부 지원은 없었다. 결국 버티다가 최근 문을 닫았다.
인천의 민간 마약중독재활시설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시설을 운영하는 신용원 목사 역시 정부 지원금 없이 운영한다. 이 단체는 영리사업체까지 운영해 중독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준다. 그렇다고 재정상황이 넉넉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업팀은 계속해서 단체의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하는 등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과 지금은 사라진 '경기도 다르크'는 한국을 대표하는 마약류 중독 재활 민간단체다. 한국정부가 마약류 중독자들의 재활에 신경을 쓰지 않던 시절부터 이들 단체는 마약류 중독자들의 재활, 나아가 마약류 중독자의 재사회화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장기간 마약류에 빠졌다가 약을 끊은 사람들이 다르크를 운영하며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들 단체는 프로그램 운영을 성공·실패하면서 마약류 중독 재활과 관련된 복수의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시간밖에 해결해주지 못하는 한국 사회가 쌓아온 무형의 자산인 셈이다.
사라진 경기도 다르크는 경기도 유일의 민간 마약중독재활센터였다. 여러 사정이 있었지만 정부 도움이 없었던 탓에 나중에는 시설을 옮겨 다니기까지 했다.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재활센터였지만 민간 운영 센터의 실패로 남게 됐다. 앞으로는 이런 자생적 재활센터 탄생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약류 정책의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377억원의 예산을 가지고 마약류 중독 예방 및 재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식약처는 그중 73억원의 예산으로 오는 12월까지 마약류중독재활센터를 전국 17개소로 확충할 계획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마약류 중독 재활에 눈을 돌려 노력하는 모습을 비판하고 싶지 않다. 또 식약처가 구상한 '마약류중독재활센터 확충 계획'이 완성되지 않았으므로 잘잘못을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오롯이 공공시설 중심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넉넉치 않은 예산이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일부 마약 예산을 민간재활센터 활성화를 위해 쓰면 어떨까. 적은 비용만으로도 민간 시설을 활성화 시켜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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