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다른 사람의 삶을 어느 정도는 궁금해 하기도 합니다. 영화 '그녀가 죽었다'(감독 김세휘)는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궁금증이 지나쳐서 불법적으로 훔쳐보기까지 하는 공인중개사가 위장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입니다.작품 속에서,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 분)는 고객이 맡긴 열쇠로 맡긴 목적과 다르게 그 집에 들어가는데 주거침입죄가 성립할까요? 또,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 분)는 이를 이용하여 구정태를 살인사건의 범죄자로 만들려고 하는데 무고죄가 성립할까요?주거침입죄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주거침입죄는 사실상의 주거 평온을 보호하기 위하여 규정한 것으로서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하는 범죄 중 하나입니다.
주거는 사람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장소를 의미하며 계속적 사용뿐만 아니라 일시적 사용도 포함됩니다. 주거의 설비, 구조를 불문하고 주거 자체를 위한 건물 이외의 부속물도 주거에 해당합니다.예를 들면, 일정 기간만 머무는 별장, 호텔 객실, 텐트, 캠핑카뿐만 아니라 토굴도 거주하면 주거에 포함됩니다. 주거는 가옥 자체만 말하지 않고 담장 안쪽의 정원, 담장과 방 사이의 통로, 공동주택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계단, 복도, 엘리베이터 등도 주거에 포함됩니다.침입은 주거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 등에 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평소 출입이 허용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면 침입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면, 회사의 직원이 절도 목적으로 출입이 자유롭던 사무실을 들어간 경우, 대리 시험 목적으로 시험장에 들어간 경우 등은 침입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된 장소인 백화점, 호텔, 상가건물, 식당도 절도, 도청 등의 범죄 목적으로 들어가면 침입이 됩니다.구정태가 고객이 맡긴 열쇠로 고객의 생활을 훔쳐보기 위해서 그 집에 들어간 것은 고객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것입니다. 고객이 공인중개사에게 집 열쇠를 맡긴 것은 집을 구하는 사람에게 보여주라는 것이지 훔쳐보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무고죄를 통해서 보호하려는 것은 국가 심판기능의 적정한 행사와 무고당한 사람의 법적 안정성입니다.무고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무고한 경우에는 자신은 타인이 아니므로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타인에게 자기 자신을 무고하도록 교사하면 무고죄의 교사범이 성립될 수 있습니다.
무고죄에서 허위신고의 상대방은 '공무소, 공무원'입니다. 모든 '공무소, 공무원'을 의미하지 않고, 형사처분, 징계처분을 할 수 있는 해당 관서나 그 소속 공무원을 말합니다. 즉, 검사나 사법경찰관, 국세청장 등이 '공무원'에 해당합니다.무고죄가 성립하려면 허위사실을 자발적으로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여야 합니다.
허위사실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것으로서, 그 신고된 사실로 인하여 상대방이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위험이 있는 것을 말합니다.한소라가 수사기관이 구정태를 살인사건의 범죄자로 수사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소라는 구정태가 살인사건의 범죄자라고 수사기관이 오인할 상황을 만들었을 뿐이지 수사기관 등에게 허위사실을 신고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 '그녀가 죽었다' 포스터, 스틸컷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