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랑켄슈타인 티저 영상 화면 캡처.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화려한 출연진들과 환상적인 무대로 펼쳐지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되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은 한국의 대극장 창작뮤지컬을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2014년 충무아트홀과의 공동제작으로 개발되었던 이 작품이 2024년 EMK로 제작사를 옮겨서 흥행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흥행 비결은 하이노트로 탄성을 자아내는 넘버들, 가창력과 연기력과 티켓 파워까지 갖춘 배우들 그리고 무대의 환타지를 벅차게 구현하는 무대미술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요소들의 배경이 되는 스토리가 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가 1818년에 쓴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각색하여 만든 뮤지컬이다. 뮤지컬이 원작과 어떤 다른 선택을 했는지를 들여다보면 뮤지컬이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과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매우 다르다. 몇 가지 모티프를 제외하고는 같은 작품인가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각색했다. 원작 소설은 초자연적 현상에 관심 많았던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대학에 가서 자연과학의 세계에 빠져들어 결국은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알아낸다. 멈출 수 없는 지적 호기심에 결국 괴물을 만들어내지만 그 흉측한 모습에 놀라고, 괴물은 달아난다. 괴물은 시골 마을의 한 가정을 몰래 엿보면서 인간의 언어와 문화를 익히지만 결국 흉측하다는 이유로 공격당하고 배척당한다. 점점 선한 의지가 사라진 괴물은 창조주를 원망하게 되어 빅터의 동생을 죽이고 가정부도 죽게 한다. 절망한 빅터 앞에 나타난 괴물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여자 괴물을 만들어 주면 인간세계를 떠나겠다고 말한다. 여자 괴물을 만들 수 없었던 프랑켄슈타인은 결국 거절하고 괴물은 빅터의 친구과 부인까지 살해하여 혼자가 되는 고통을 맛보게 한다. 괴물을 쫓아 북극까지 온 빅터는 결국 병으로 죽게 되고, 괴물은 빅터를 따라 죽음을 맞이한다.
서간문으로 되어 있는 원작 소설의 이야기를 뮤지컬은 무대적 상상력을 구현하기 위해 과감하게 재구성한다. 첫째, 앙리 뒤프레라는 친구의 희생과 그를 살리기 위한 실험을 통해 괴물이 만들어졌다. 두 캐릭터의 갈등을 표면화하고 그 격차를 더 강화하기 위한 설정이다. 친구를 살렸는데 괴물이 되어 자신의 가족들을 해치게 된다. 엔딩 역시 괴물이 스스로 먼저 죽음으로 빅터에게 복수를 한다. 둘째, 2막의 격투장 장면을 통해 괴물이 인간에게 당하는 멸시와 고난을 화려한 쇼의 장면으로 만들어냈다. 더불어 주요 인물들의 1인 2역을 통해 연기적 재미와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셋째, 여자 괴물을 만들어달라는 설정을 빼고 대신에 자신의 존재적 고독과 고통을 똑같이 맛보게 하겠다는 괴물의 의지를 강화하여 괴물과 빅터 두 인물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감정적 고통의 상황을 더 깊게 만들어놓았다.
원작은 북극을 탐험하고 있던 로버트 윌튼 대위가 여동생 마가렛에게 보내는 서간문으로 되어 있으며, 탐험 중에 구조한 프랑켄슈타인에게 들은 괴이한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1인칭 시점의 소설을 무대적 장면으로 구성한다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공연은 1막의 오프닝은 실험 직전의 상황에서 과거의 이야기로 전개되며, 2막 오프닝은 프랑켄슈타인과 괴물과의 만남에서 지난 3년 동안 괴물이 겪은 이야기로 돌아간다. 과감한 개작의 과정에서 순수한 과학의 탐구로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과학자의 몰락을 통해 신의 역할과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들이 약해진 것은 아쉽지만, 대신에 두 인물의 깊어진 갈등, 실험실과 북극에 이르는 무대적 환타지의 재현, 격투장을 통한 화려한 쇼와 1인 2역의 연기적 재미,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적 절망속에서 강렬하게 전달되는 하이노트의 넘버들로 채웠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대극장 뮤지컬에서 보고 싶었던 판타지들을 충족시켰기 때문에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10년 동안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공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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