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하는 대한민국 사람들 (3)
데스밸리에 갇힌 中企를 구하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듣는다
신산업 속속 등장하는데 中企 기술 정체
관행적 지원, 현장에 제대로 반영 안돼
'도약'에 초점 맞춰 선택과 집중 필요
과감한 사업전환 '제2창업'도 지원
해외진출땐 전용 바우처로 물꼬 터주고
단절 없이 이어지도록 '생태계' 조성
'AI시대' 스타트업 육성에도 총력
10대분야 유망 딥테크 1000개 만들것
中企에 민간 전문가 매칭해 '스케일업'
R&D·기술이전 등 정부가 적극 도와
대기업과의 양극화 해소에도 팔걷어
중소벤처기업부가 대한민국의 미래인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체계를 혁신하고 있다. 그 선봉에는 취임 6개월을 맞고 있는 오영주 장관이 서 있다. 그는 인터뷰할 때 딱 부러지는 성격에 시원시원한 말투, 여기에 준비된 원고 없이도 모든 현장에서 전문가 수준의 말로 술술 풀어낸다. 특히 취임 초 외교부 출신 중기부 장관이란 잘못된 인식으로 안팎의 불안함은 오간 데 없고 현안 진단에 정확한 처방으로 중소·벤처기업 대표, 중소기업 관련 기관·단체장 사이에선 감탄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중기부 장관이 현장을 멀리한다면 그 자체가 직무유기'라며 현장을 중시하는 오 장관은 이틀에 한번꼴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총 80차례 간담회를 하며 현장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또 현장 의견을 적극 반영해 '중소기업 도약전략'을 마련, 대대적인 제도개편에 나섰다.
외교관 출신인 오영주 중기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종로 광화문빌딩에서 진행한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몸에 밴 글로벌 시각을 정책에 녹여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기업인들의 목소리에 모든 답이 있다"는 신념으로 광폭 행보에 나선 오 장관은 "모든 분야에 중기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의 자세로 현장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마련, 올 하반기부터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 장관은 △선택과 집중 △중소·벤처기업의 도약 △제2창업 △소통 강화 △데이터·인공지능(AI) 등을 키워드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질적인 대전환이 왜 지금 필요한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신보호무역주의, AI 등 신산업 출현 가속화, 디지털 전환 증가 등으로 중소기업은 대외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혁신기업 증가세 약화, 기술수준 정체,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기업의 안정적 승계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국내 중소·벤처기업은 박스권에 갇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수 정책이 관행적 지원에 그치면서 현장 수요 반영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알게 됐다. 이에 우리 경제 핵심주체로 중소·벤처기업이 역할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중소·벤처기업 도약에 포커스를 맞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직개편을 통해 전담팀을 구성했다. 또 사업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제2 창업에 맞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툴을 만들고 있다. 인센티브 지원은 더 많이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데이터화도 무시할 수 없다. 맞춤형·핀셋 지원을 위해선 데이터화가 필요하다. 이를 하나의 툴로 만들어 육성하는 부분과 글로벌화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장관 취임 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혁신'이다. 결국 혁신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 제조업도 디지털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AI를 사용하는 것도 혁신을 통해 매출을 늘리기 위함이다. 또한 혁신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기업 지원에 나서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기부 단독으로는 힘들어 보인다.
▲중기부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부처와 연계를 통해 중소·벤처기업들이 좀 더 손쉽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협업을 이끌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중소기업 예산이 29조원이지만 중기부 단독예산은 15조원이고, 타 부처로 흩어져 있는 예산이 14조원이다. 14조원이 맞춤형 지원되도록 중기부가 중심을 잡는 앵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 지원 사각지대에 있는 부분을 중기부가 채워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략국을 편성했다. 중기부한테 놓인 가장 큰 화두이자 숙제다.
─중기부는 대국민 서비스에 가장 밀접한 부처다.
▲중기부는 다른 중앙부처와 달리 중소·벤처기업뿐만 아니라 소상공인과 가장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곳이다. 중기부가 지원대상인들과 가장 많이 만나기 때문에 세제나 규제 등에 대해 현실적인 이야기를 가장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 부처로 갈라져 있던 중소기업과 벤처 스타트업, 소상공인 등의 지원책들을 전문적인 중기부가 도맡아 할 수 있는 부처로 될 수 있도록 조직화하겠다.
─글로벌 진출에도 관심이 많은데.
▲기존사업을 조금 개선해 올 하반기부터 해외진출 전용바우처 사업을 시범추진할 예정이다. 바우처 사업은 기업에 해외진출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각 사업단위별로 단절이 발생해 왔다. 단순지원이 아닌 해외진출 과정에서 필요한 서비스들을 찾아서 도와주는 일종의 정책공급 기능을 추가해 역량을 강화시켜주자는 것이다. 예전에는 해외진출을 도와주는 생태계가 없었다. 바우처 사업을 하면서 그 생태계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 지속적인 지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AI 시대에 중기부 역할은.
▲우리나라의 AI를 활용한 여러 사업을 이끌어 기업들을 만들어내 성장동력으로까지 끌고 간다는 책임이 중기부에 있다. 물론 과기부 등 여러 부처들이 AI 분야에 지원을 하고 있지만 중기부는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주무부처이다. 우선 오는 2027년까지 민관 합동 2조원을 투입해 10대 신산업 분야의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 1000개사를 육성하는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또 AI 부문들에 대해선 우리 나름의 스타트업 정책이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해 노력 중이다. AI 분야에선 육성에 그치지 않고 AI를 기반으로 한 지원체계에 적용할 수 있도록 AI 스타트업을 선별, 성장단계별로 집중지원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소상공인의 폐업 증가가 통계로도 나타나고 폐업비용도 증가해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된 애로사항은 대출금 상환, 높은 폐업비용 등이라고 현장에서 들었다. 이를 위해 중기부는 폐업 부담 완화 및 재취업·재창업 등 재기도약을 지원하고 있다. 또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최대 80%까지 자영업자 고용보험료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7월초 소상공인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중소기업·대기업 간 양극화 해소방안은.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양극화가 확대되는 추세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생산성은 제조업 분야에선 3분의 1, 서비스업은 2분의 1가량이며 격차는 더 확대되고 있다. 격차 해소를 위해선 우선 중소기업 자체의 경쟁력 강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중기부는 유망 신산업 진출 중소기업 등에 민간 전문가를 매칭해 스케일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또 연구개발(R&D), 기술이전, 인수합병(M&A) 등 정부가 집중지원하는 성장사다리 점프업 프로그램을 신설, 양극화 해소에 적극 대처하고자 한다. 올해 1월부터 본격 시행된 납품대금 연동제 안착과 납품대금이 제때 회수될 수 있도록 상생결제 활성화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외교관 출신으로 강점이 있다면.
▲지금 중기부에 와 있는 것이 소명이라고 생각된다. 외교관 출신이지만 글로벌 진출에 대한 이야기는 현장에 있는 중소기업인이나 소상공인들이 더 많이 이야기한다. 글로벌 진출을 하려면 우선 글로벌 시각을 가져야 한다. 지난 30년 동안 외교관 업무를 하면서 발달된 글로벌 시각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노하우를 정책에 녹여 낼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이 왔다고 생각한다. 이를 잘 접목시켜 중소·벤처기업의 해외진출에 힘쓰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 업무다.
─어떤 중기부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나.
▲여러 곳에서 우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정책 중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시작이 필요한 시점이다. 몇 년 지난 뒤에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대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이 물꼬를 트는 정책에 초석을 둔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다. 처음 돌다리는 놓은 사람 정도로 기억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오영주 장관 약력△1964년생 △경남 마산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UC샌디에이고 국제관계학 석사 △제22회 외무고시 합격 △주후쿠오카 영사 △외교부 개발협력국 국장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소장 △주베트남 대사 △외교부 제2차관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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