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인 구조조정 위해
영세농 가지고있는 농지
청년기업농에 이전 필요
정현출 한국농수산대학교 총장
올해도 반환점을 돌았다. 전반전 성적을 평가하고 후반전 전략을 조율하는 시기다. 돌아보면 상반기 최대 이슈는 물가와의 전쟁이었다. 최근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작년 기상 악화로 인한 과일 흉작이 아직도 물가 당국과 농정 담당자를 괴롭히고 있다. 6월 중순에는 한국은행이 농산물 물가 수준과 특징을 분석하면서 비축, 수입, 품종 다양화 등을 통해 공급과 수요 탄력성을 높이는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은 보고서는 주요 국가 물가를 비교한 것이라 특정 품목의 생산과 소비 특성까지 고려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이런 이유로 농림축산식품부가 분석의 적절성에 대해 몇 가지 지적을 하고 공방을 주고받기도 했다. 고물가의 구조적 원인을 찾는 것은 타당한 접근이지만, 단기 변동성이 높은 물가 문제에 중장기 구조정책 처방이 시원한 즉답이 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주목할 것은 농업구조 개선에 대한 조언이 나온 배경과 방향이다. 일상에서 농업구조가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일은 드물다. 대개 농산물 물가가 뛸 때 구조 문제까지 거론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보니 가격 안정이 구조정책의 최우선 목표인 것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비축 확대, 수입 다변화 등 소비자가격에 초점을 맞춘 대안이 주로 제시되는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한편, 이런 논의가 농업구조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구조정책이라는 것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긴 기간 꾸준히 역량을 쏟아야 하는 일인데 국민생활과 밀착된 이슈인 물가 문제가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는 동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기회에 구조정책이 목표로 해야 할 요소를 정확히 짚고 균형있게 접근하면 좋을 것이다.
먼저 '농업구조'는 무엇을 말하는가? 넓게 보면 '농산물 생산-유통-소비 단계에 이르는 농업 및 관련 산업의 모든 연결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실효성을 고려하면 '농업 생산요소가 결합하는 관계'로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다. 특히 단기에 크게 변하지 않는 '농업 노동력과 토지의 결합 관계'가 핵심 대상이 된다. 이는 거시 관점에서는 국가 단위 농업인력 및 토지의 분포와 결합 양상, 미시적으로는 개별 농업경영체의 내부 구조와 관련이 있다.
한국과 일본은 경영규모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영세하고 농지가 분산되어 있다. 이런 영세 소농 구조에서는 농업만 영위하는 농가가 자립하여 도시근로자 가구와 엇비슷한 소득을 올리기 어렵다. 양국은 고도 경제성장기에 도농 간 소득 격차가 심화되고 대규모 이농 현상을 겪었는데, 이로 인한 생산성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전업농 육성, 영농 규모 확대, 농지 집단화 등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구조정책을 채택한 공통점이 있다. 아쉽게도 정부 주도 구조정책은 기대만큼 빠른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부족한 소득을 겸업으로 보충하면서 버티는 농가가 많았고, 가격지지 정책도 영세농을 붙잡아두는 역할을 했다. 농지개혁으로 땅을 가지게 된 농민의 애착, 경제성장으로 토지 가격이 상승해 누리게 된 자산효과 등도 구조 개선에 거부감을 가지게 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초고령화로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으면서 구조정책 측면에서는 적기를 맞이한 것이 아닌가 싶다. 소규모 겸업 농가가 고령으로 은퇴하고, 국토개발 목적의 농지 전용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영세농이 잘게 나누어 가지고 있는 농지를 모아 대규모 영농을 하는 청년 기업농에게 이전하기 좋은 여건이 자연스럽게 조성된 것이다.
구조개선 정책이 생산성 향상과 물가 안정이라는 중장기 효과를 거두려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협력과 역할 분담, 농업인의 분발과 소비자의 인내가 필수적이다. 지역특성을 반영한 상향식 접근방식에 다양한 유형의 경영체 육성 정책과 유연한 농지제도 운영을 결합시켜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기후변화로 농산물 생산에 경고음이 들리고 국민 관심이 집중되는 이 시기를 효율적인 농업구조를 창출하는 기회로 바꾸는 것이 진정한 구조정책이다.
정현출 한국농수산대학교 총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