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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부터 인슈어테크까지'... '업계 1호' 이색 기업 잇단 IPO 노크

'한우부터 인슈어테크까지'... '업계 1호' 이색 기업 잇단 IPO 노크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 News1 박세연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IPO(기업공개) 시장이 호황기를 누리면서 이색 기업들의 ‘업계 1호’ 상장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전통적인 제조업 기업을 중심으로 상장이 이어졌다면 최근에는 프리미엄을 앞세운 한우 기업부터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코스닥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보험진단 플랫폼 ‘보닥(보험닥터)’을 운영하고 있는 아이지넷은 국내 인슈어테크(보험+기술) 스타트업 중 최초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지넷은 지난 5월 17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후 승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보닥은 AI를 기반으로 보험 조회, 진단, 보험금 청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아이지넷은 이번 상장을 통해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프리미엄 한우 브랜드 ‘설로인’도 적극적인 상장 준비에 나서고 있다. 설로인은 지난해 NH투자증권, 하나증권과 상장 주관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초 상장을 위한 무상증자와 액면분할을 진행했다. 설로인이 상장에 성공하면 한우업계 1호 상장사가 된다.

페오펫은 지난달 IBK투자증권과 코스닥 상장을 위한 IPO 주관 계약을 체결했다. 페오펫은 반려동물 올인원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구독 플랫폼으로 반려동물 출생 등록부터 양육비 절감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이색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에 연달아 출사표를 던지는 배경에는 기술특례기업 요건 완화 등 낮아진 상장 문턱이 꼽힌다. 실제로 아이지넷은 상장 방식으로 사업모델 특례상장을 택했다. 사업모델 특례상장은 회사의 매출이 적거나, 영업 적자가 나오더라도 외형 요건(자본 10억, 가치 90억 이상)을 충족하고, 사업 모델의 경쟁력을 인정받으면 상장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고금리로 인해 스타트업에 투자 한파가 이어진 점과 사모펀드(PE)나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자금 회수) 압박 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통상 국내 스타트업이 엑시트를 할 수 있는 방법에는 IPO와 인수합병(M&A)이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스타트업의 자금조달이 많이 막히면서 스타트업 중에서도 설립한 지 3년에서 5년 정도 되고, 매출 성장세가 나타난 기업들에게는 엑시트 압박이 많이 이뤄졌다”며 “특히 미국에서 먼저 푸드데크 등 기존에 없던 플랫폼 기업들이 상장하고,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들이 나타나면서 국내 기업들에게도 IPO 상장에 대한 요구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로 인해 상장 요건이 완화된 상황에서 스타트업들은 엑시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대다수의 플랫폼, 신성장 기업들은 적자 기업으로 자금 조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장을 하나의 선택지로 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1호 상장’ 기업일수록 개인 투자자들이 청약 전 기업의 실적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한 번도 상장이 된 적이 없는 기업들의 경우 비교 대상 기업(피어그룹)을 대부분 해외 기업들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며 “이런 경우 매출 증가세를 잘 관찰하고, 적자가 대규모로 확대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