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경색·PF구조조정 겹악재
오피스텔 등 담보대출 올스톱
미분양 폭증에도 활용 불가능
시공사가 시행사 채무 떠안아
신탁사 전이 뇌관… 줄소송↑
수도권의 한 지식산업센터 밀집지역 연합뉴스
#. A시행사가 2년전 서울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은 최근 입주를 시작했지만 잔금미납, 중도금 연체 등으로 30~40%가 악성 미분양으로 남았다. 중도금 대출을 실행한 은행이 보증을 선 A시행사에 수백억원대의 대위변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분양 물건을 활용한 대출도 막혀 자금을 융통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예전에는 비 아파트도 잔여 물건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공사비 지급, 이자 변제 등에 활용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자금시장 경색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아예 불가능해졌다. 오피스텔·지식산업센터·상가 등 비 아파트 준공 후 미분양 물건의 담보 대출이 올스톱되면서 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약정에 따라 시행사들이 갚지 못한 빚은 건설사들이 대신 갚아야해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서다. 호황기 때 분양된 비 아파트의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준공 후 잔여 물량이 늘고 있는 것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행사인 B사의 경우 수도권 지식산업센터의 초기 분앙률이 95%를 기록했지만, 비 아파트 시장이 침체되면서 준공 후 75%만 소유권 이전이 이뤄졌다. 25%가 악성 미분양으로 남은 셈이다. 준공 후에도 입주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행사가 중도금 대출에 대한 대위변제 의무를 진다. 이 때문에 은행이 중도금 대위변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B사는 뾰족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비 아파트 시장은 공식통계가 없지만 악성 미분양이 넘쳐 나고 있는데 준공 후 미분양 담보대출은 전 금융권에서 사실상 취급을 중단했다"며 "정부의 PF 유동성 지원대책에도 빠져 업계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비 아파트 미분양 물건을 활용한 담보대출을 논의·검토하고 있으나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공제조합 보증으로 비 아파트 준공 후 미분양 담보대출을 해주는 것을 정부가 고민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러 이유로 실현되지 않으면서 비 아파트 악성 미분양은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시행사가 중도금 대출 대위변제를 못하면 채무인수 및 책임준공 약정을 맺은 시공사가 떠 안게 된다. 비 아파트 시공사 대부분이 시공능력 100~300위권내 중견 및 중소 건설사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중견·중소업체의 경우 채무인수도 버겁지만 부채를 떠 안는 순간 금융권으로부터 모든 대출이 막힌다"며 "결국 부도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의 임원은 "올해 부도 처리된 100~300위권 건설사의 경우 대부분 비 아파트 시행사 채무인수가 주요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신탁사업의 경우 시행·시공사가 부채를 갚지 못할 경우 부동산 신탁사로 전이되면서 연쇄피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계약해지 등 비 아파트와 관련된 집단 기획소송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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