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쿠팡의 무료배달 전략이 지속되면서 업계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무료배달을 중심으로 각사의 요금 체계와 배달비 부담 비율이 변화하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쿠팡의 무료배달 공세가 배달앱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메기효과일까? 베스같은 생태교란종 역할을 할까?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은 배달앱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3년 5월 쿠팡이츠의 월간 활성이용자수(MAU)는 697만명으로 전년 대비 약 100.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배민은 2185만 명으로 0.2% 증가하는 데 그쳤고, 요기요는 24.3% 감소한 559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쿠팡의 무료배달 전략이 시장 점유율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쿠팡이 무료배달을 선언한 이후, 신규 이용자 수도 크게 증가했다. 모바일인덱스 자료에 따르면, 쿠팡이츠가 무료배달을 선언한 2023년 4월에 쿠팡이츠의 신규기기 설치 건수는 54만건으로, 업계 1위 배민의 35만건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전략이 신규 이용자 유입에 효과적임을 나타낸다.
다른 배달앱들도 무료배달을 내세우며 구독제 모델을 도입하고 있지만, 쿠팡이츠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요금제 구조에 있다. 쿠팡이츠는 무료배달 적용 주문에 건당 9.8%의 중개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는 배민의 배민원플러스 대비 3%포인트 높은 수치다. 평균 주문 금액 2만5000원을 기준으로 하면, 쿠팡이 추가로 확보하는 수익은 건당 750원이다. 배달비 부담 측면에서도 쿠팡이츠(2,900원/서울기준)가 배민(3,200원/서울기준)보다 300원을 덜 받는다. 이러한 요금 구조 덕분에 쿠팡이츠는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쿠팡은 2023년 8월부터 와우 멤버십 요금을 인상하여 무료 및 할인 마케팅에 사용할 자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와우 멤버십 요금 인상으로 쿠팡은 회원 1명당 2900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회원 1400만명 중 75%가 가입을 유지할 경우, 쿠팡은 월 130억원의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참여연대는 이 재원이 OTT와 배달 시장 진입에 사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이츠는 기상악화 등 라이더가 부족한 시기에 높은 가격을 제시하여 라이더를 대거 확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배달 대행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배달대행사 대표는 쿠팡의 시장 지배에 대해 위기감을 표명했다. 자금력이 취약한 배달대행사에 의존하는 가게들은 배달 품질이 악화되는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배달대행사들도 요금을 인상하는 등 라이더 확보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배민과 요기요도 쿠팡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쿠팡과 배민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10% 할인 경쟁을 벌였으며, 2023년 3월 말 이후부터 무료배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양사가 올해 들어 투입한 비용은 3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배달비 부담 없이 배달앱을 이용하면서 만족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배달앱 간 경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쿠팡이츠는 무료배달을 멤버십 요금을 내는 회원에게만 적용하고, 높은 중개 이용료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배민은 현재까지 유료 멤버십이 없고 중개이용료가 국내 최저 수준이어서 '쩐의 전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배민은 자체 멤버십 '배민클럽'을 도입해 대항할 계획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배민 내부에 현재 경쟁 상황에 대한 상당한 위기감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의 무료배달 전략은 배달앱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쿠팡이츠는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신규 이용자 유입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쿠팡의 요금 구조와 와우 멤버십 인상을 통한 자금 확보 전략에 기인한다.
그러나 배달앱 간의 치열한 경쟁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며, 배민 등 경쟁사들의 대응 전략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이런 형태의 경쟁은 배달생태계를 교란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걱정이다. 과연 쿠팡이츠는 배달생태계의 메기가 될 것인지, 베스가 될 것인지에 따라 시장은 크게 출렁거릴 것으로 보인다.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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