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애벗 미국 텍사스 주지사(왼쪽 가운데)가 지난 8일 서울 모처에서 유정준 SK온 부회장 겸 SK 아메리카스 대표이사 부회장, 신정호 SK 시그넷 대표이사 사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그레그 애벗 주지사의 소셜미디어 엑스(X)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대규모 투자사절단을 이끌고 방한한 그레그 애벗 미국 텍사스주 주지사가 '메이드 인 텍사스'를 내세우며 삼성과 SK 등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숨가쁜 '투자 세일즈'에 나섰다. 텍사스주는 삼성전자, SK시그넷, LG전자, 두산 로보틱스 등 국내 기업이 대미 전초기지로 삼고 있는 미국 내 중요 거점 지역이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애벗 주지사는 이날 오전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전영현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과 함께 반도체 생산라인과 제품 등을 살펴봤다. 이날 애벗 주지사는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투자에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약 23조5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의 규모와 투자 대상을 확대해 오는 2030년까지 4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애벗 주지사는 텍사스주 투자 유치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투자가 당초 170억달러에서 440억달러로 확대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미국 의회에서 반도체법과 더불어 텍사스주도 현재 별도의 반도체법을 제정해 각종 산·학·연 연구에 지원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애벗 주지사는 "텍사스주 투자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면서 "SK하이닉스 관계자들도 텍사스주의 인센티브를 보면 나중에 결국은 텍사스에 끌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미국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테일러시에 4나노미터 공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팹 건설을 계획했다. 하지만, 미국 칩스법 보조금 확보에 따라 2나노 공정 칩을 생산하는 2공장을 추가 건설하고, 첨단 패키징 시설 및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 신설에 나섰다. 파운드리 팹(반도체 공장)은 2026년부터 생산되며, 첨단 패키징 시설 및 R&D 센터 등은 2027년 가동 목표다.
애벗 주지사는 전날 유정준 SK온 부회장 겸 SK아메리카스 대표, 신정호 SK시그넷 대표 등과도 면담했다. SK시그넷은 텍사스주 플레이노에 총 3700만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신축했다. 플레이노 공장은 작년 7월부터 양산 체제에 돌입해 현재 연간 1만대의 초급속 충전기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애벗 주지사는 이 자리에서 SK시그넷이 텍사스주에 전기차 충전기 제조 시설을 신축한 것에 대해 감사를 전했다. 유 부회장은 "협력 관계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전기차 충전기 생산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연면적 약 5500㎡ 규모로 연간 약 1만대 이상의 충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한편, 애벗 주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텍사스주의 향후 투자 유치 계획 등을 발표했다. 텍사스주는 지난해 기준 한국이 5대 수출국이자 6대 수입국이다. 4월 기준 캘리포니아주(600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70개의 한국 기업이 텍사스주에 진출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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