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우승 확정과 동시에 눈물 쏟아내
"긴장돼 잠도 잘 못자… 너무 기뻐"
전예성 2위, 이채은·윤이나 3위에
고지우가 14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CC에서 열린 KLPGA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3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골프에서는 첫 우승보다 두번째 우승이 더 힘들다는 말이 있다. 겁없이 플레이를 하며 첫 우승을 거둔 이후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이 많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른바 '소포모어(sophomore) 징크스'다.
고지우(22·삼천리)도 그런 케이스였다. 고지우는 우승 확정과 동시에 눈물을 글썽였다. "긴장되어서 잠을 잘 자지 못했다"고 할만큼 마음고생이 심했고 간절했다는 의미다.
고지우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 정상에 올랐다. 고지우는 14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CC(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친 고지우는 2위 전예성을 2타 차로 누르고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올 시즌 고지우의 페이스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올해 16개 대회에서 톱10은 고작 세 차례에 불과했다. 당연히 우승은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전반기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후반기를 가벼운 마음으로 기약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우승은 통산 2승째로, 지난해 7월 맥콜·모나 용평 오픈 이후 약 1년 만의 우승이다. 고지우의 별명은 '버디 폭격기'다. 버디를 잡아내는 감각에 발동이 걸리면 그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가기 때문에 만들어진 별명이다. 시원시원한 플레이가 돋보인다는 평가였다.
고지우는 동생 고지원(20)과 함께 KLPGA투어를 누비는 자매 골퍼로도 유명하다. 2022년 KLPGA투어 신인상 포인트 2위를 기록하며 혜성처럼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버디를 잡기 위한 과감한 플레이보다는 안정성에 주안점을 둔 플레이가 돋보였다. 버디를 많이 낚진 못했지만 보기도 없었다. 그것이 고지우가 후반 스코어를 지켜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고지우는 1번 홀(파4)에서 버디를 낚긴 했으나 첫 5개 홀에서 페어웨이를 4차례 놓쳤을 정도로 티샷 영점이 흔들렸다. 2번 홀(파4)에서는 3.6m 퍼트를, 6번 홀(파3)에서는 2.3m 퍼트를 집어넣으며 아슬아슬하게 파를 잡아냈다.
하지만 후반전에 발동이 걸렸다. 고지우는 9번 홀(파4)에서 3.1m 버디 퍼트를 집어넣고 2타 차 단독 선두로 달아났다. 같은 챔피언조인 이채은과 전예성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이채은은 고지우와 3타 차 3위로 시작해 11번 홀(파5)까지 버디 4개를 잡아내 고지우를 한 타 차로 추격했다. 잠잠했던 전예성도 12번 홀(파4)에서 이날 두 번째 버디를 낚아 공동 2위에 올랐다.
승부는 15번 홀(파5)에서 갈렸다. 고지우는 4.6m 버디를 떨어트리고 두 타 차 선두로 치고 나갔고, 반면 이채은은 세 번째 샷을 그린 앞 벙커에 빠트린 끝에 보기를 적어냈다. 전예성은 파를 기록했다. 한번 선두를 거머쥔 고지우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 침착하게 페어웨이를 공략하며 안전하게 플레이를 이어나갔고, 결국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고지우는 우승 직후 "첫 우승 때는 아무 생각이 없이 우승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잘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간절했던 우승을 일궈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끝까지 고지우와 접전을 벌였던 전예성이 2위(17언더파 271타), 이채은은 윤이나와 공동 3위(15언더파 273타)에 올랐다.
1, 2라운드 선두였던 이동은은 5위(14언더파 274타), 조혜림은 6위(13언더파 275타), 디펜딩 챔피언 한진선은 7위(12언더파 276타)로 대회를 마쳤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고지우가 수령한 우승 상금은 1억8000만원이다. 고지우는 이번 우승으로 대상 포인트 16위(137점), 상금 랭킹 14위(3억3597만원)에 올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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