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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칼날' 화장품주 잡는 개미들… '빚투' 더 늘었다

LG생활건강·에이피알 등
주가 큰폭 상승 후 떨어지는데
한달 간 신용잔고는 계속 증가

'떨어지는 칼날' 화장품주 잡는 개미들… '빚투' 더 늘었다
주가 조정기에 접어든 화장품주에 대한 '빚투'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지표가 주춤한 것을 두고 우려가 과도하다는 증권가 분석이 잇따르자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았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최근 한 달 간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9만3504주에서 10만3209주(12일 기준)로 10.3% 늘었다.

신용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끝내지 않은 금액으로, 이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주목할 점은 이 기간 주가가 하락했는 데도 빚투 수요가 늘었다는 점이다. LG생활건강은 한 달 사이 주가가 11.8% 내렸다. 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30만원대를 맴돌다 5월 말 48만원까지 상승했지만 지금은 35만원선으로 다시 고꾸라졌다. 화장품주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믿음의' 신용매수는 잇따르고 있다. 코스맥스도 지난달 20만8000원까지 오른 뒤 현 주가는 17만8400원으로 주저앉았다. 주가가 10% 넘게 빠지는 동안 신용잔고는 8만9208주에서 10만417주로 12% 늘었다.

에이피알의 주가는 지난달 말(40만2500원) 대비 약 40% 하락한 상태지만 신용잔고는 19만119주에서 24만7229주로 30% 가까이 뛰었다. 토니모리도 한 달 전 1만5000원까지 오른 뒤 지금은 1만원대를 오가고 있지만 신용잔고는 25만5923주에서 31만1922주로 20% 증가했다.

최근 화장품주가 나란히 약세를 보인 것은 수출 지표가 주춤한 때문이다. 6월 화장품 수출 규모는 전월 대비 11% 하락한 6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핵심 시장인 미국향 수출액도 전년동월 대비 성장폭이 둔화되면서 수출 피크아웃(정점 후 둔화) 우려까지 나왔다. 다만, 중장기 성장에 기대를 건 투자자들은 이를 매수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도 우려가 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향 수출 부진에 전체 수출 규모도 감소했을 뿐, 미국향 수출 규모만 봐도 추세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지적이다.

미래에셋증권 배송이 연구원은 "지난 4월이 연중 최고 실적이었을 뿐 5월과 6월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중국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6월 성수기 계절성은 옅어진 반면, 전년 수출 기저가 낮은 7월 수출 규모는 재차 반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내 주요 소비행사가 하반기에 몰려있다는 점도 화장품주의 하반기 기대 요인이다. 아마존은 지난달 말 K-뷰티 수요 대응을 위해 최초로 '아마존 K뷰티 컨퍼런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나증권 박은정 연구원은 "K뷰티가 비교우위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수요가 독보적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는데 '아마존 K뷰티 컨퍼런스'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