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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자택시위도" 수위 높이는 삼성 노조..'HBM 찬물 끼얹기' 고수

"이재용 자택시위도" 수위 높이는 삼성 노조..'HBM 찬물 끼얹기' 고수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총파업에 돌입한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이르면 3·4분기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공급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생산 차질을 목표로 총파업에 나선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가 총파업 2주째를 맞으면서 동력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파업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노조원들의 임금 상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삼노 측은 HBM과 초미세공정의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라인에 대한 생산 차질을 목표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참가 인원 줄고, 임금 손실 우려도...전삼노, 동력 잃나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전삼노의 무기한 총파업이 2주차에 접어들면서 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내부 동력이 상실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전삼노는 이날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H3V1라인에서 총파업 동참 집회에 나섰다. V1라인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7~3나노미터(1㎚=10억분의 1m)의 초미세공정을 담당하는 핵심 라인이다. 업계에서는 3나노 공정을 비롯해 TSMC 추격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차질'을 총파업의 목표로 내건 전삼노는 앞서 레거시(성숙) 제품인 8인치 제품을 시작으로 지난 12일에는 AI 반도체 붐의 주역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라인을 찾는 등 압박의 수위를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15일 전삼노 지도부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이재용 회장의 이태원 자택 앞 시위 아이템도 고려 중"이라면서 "8인치를 필두로 더 많은 라인으로 생산 차질이 확대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삼노는 22일 10시에 경기도 용인에서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전삼노 지도부는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전삼노 내부는 점차 동력을 계속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총파업 첫날이었던 지난 8일에는 약 3000명(경찰·사측 추산)의 조합원이 집회에 참가했지만, 지난 12일 HBM 라인 집회에서는 150명만 참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전삼노 가입자는 지난 15일 기준 3만3500명을 돌파하며 총파업 첫날인 3만1532명 대비 1968명 늘었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노조원들은 노조게시판과 블라인드 등 게시판을 통해 불안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원들은 "파업하느라 임금 100만원 정도 깎인 것 같은데 타결금은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타결금 관련해 조합원 전체에게 동일한 금액을 준다는 것인지, 파업 근태 일수만큼 준다는 것인지 뭐가 사실인지 모르겠다""연차로 파업한 사람도 타결금을 준다면 그냥 진짜 연차 쓴 사람도 파업이라고 하면 돈을 주는가" 등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에 전삼노 측은 파업 Q&A 등을 통해 "타결금을 받아내면 손해가 없다""타결 후 (파업 근태의) 연차 전환을 사측에 요구하겠다""파업 근태를 상신하지 않아도 타결금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 기간만큼 임금 보전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주(8~12일) 5일 연속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의 경우 주휴수당을 받을 수 없어 6일치 통상임금이 다음달 급여에서 공제되며 임금 손실이 발생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이르면 3분기 엔비디아에 HBM3E 공급"

전삼노의 총파업으로 내홍을 겪는 가운데서도 삼성전자가 연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 공급에 나설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이 나왔다.
AI 서버 수요와 관련된 HBM과 DDR5 등 제품의 수요가 2025년까지 증가하면서 공급 우위의 시장 상황이 전개될 것이란 예측이다.

대만의 테크전문지 디지타임즈는 이날 대만 내 메모리업체 공급망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HBM3E가 이르면 올 3·4분기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 공급에 나설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3사가 일제히 HBM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면서 DDR5 등 D램과 낸드플래시는 하반기부터 공급 부족 현상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공급이 임박한 가운데 노조가 실적을 이끌 HBM을 무기로 쥐고 생산차질을 압박하는 것은 난센스"라면서 "결국 성과급이나 임금인상이나 회사의 실적이 잘 나와야 요구할 수 있는데, 지금 노조의 말과 행동은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