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100조 에너지 기업 탄생 임박… SK온도 계열사와 합병 추진 [SK그룹 리밸런싱 본격화]

SK이노·E&S 17일 합병 논의
SK㈜ 는 18일 이사회 개최
SK스퀘어도 대표 교체 등 쇄신

100조 에너지 기업 탄생 임박… SK온도 계열사와 합병 추진 [SK그룹 리밸런싱 본격화]
최태원 SK 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9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SK그룹이 올해 초부터 그룹 전반의 체질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구조화) 작업이 첫 시험대에 오른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쳐 자산규모만 100조원 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을 만들고, 미래 핵심 성장엔진인 SK온에 힘을 싣는 게 골자다. '제2의 창업' 수준인 고강도 사업 재편을 통해 최태원 SK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등 오너 경영인들의 역할분담도 한층 명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구하기'

16일 재계에 따르면 17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안을 논의한다. 양사 이사회에서 합병안이 의결되면 자산 86조원의 SK이노베이션과 자산 19조원의 SK E&S가 합쳐져 100조원 넘는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을 알짜기업 SK E&S와 붙여 재무구조를 개선해 자회사 SK온의 자금난을 해결하고, 향후 이어질 대규모 배터리 공장 투자에도 차질이 없게 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SK가 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사업 재편 작업의 일환이다. SK그룹은 지난 6월 그룹 최고경영진이 참여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핵심 사업으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 성장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논의했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80조원을 AI와 반도체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비핵심자산 매각을 포함한 과감한 재무조정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재편은 기업이 언제든 쓸 수 있는 카드지만, 최근의 SK그룹 사업 재편이 주목받는 건 규모 측면에서 대대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영효율성 높이고 경영권 강화

SK그룹으로서는 이번 합병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높여 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주사인 SK㈜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 경영권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도 있다. 현재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17.73%다. 특수관계인까지 합하면 25.57%다.

SK㈜는 SK이노베이션 주식 36.22%, SK E&S 주식 9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합병비율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더라도 SK㈜의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SK㈜도 18일 이사회를 개최해 양사 합병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거론되는 1대 2보다는 SK E&S의 합병비율이 낮아질 것"이라면서도 "어쨌든 양사 간 결합을 통해 SK㈜의 SK이노베이션 지배력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시작으로 SK그룹의 리밸런싱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위기의 근원이 된 SK온이 계열사와 직접 합병을 통한 유동성 강화 시나리오도 나온다. 현재 SK온과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기업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에너지의 탱크 터미널 사업을 하는 SK엔텀 간 합병도 논의된다. 추후 SK온의 기업공개(IPO)를 노리는 포석이다. SK㈜ 이사회에서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건도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업 재구조화 과정에서 투자전문 지주사인 SK스퀘어도 대대적 쇄신이 진행 중이다. SK스퀘어는 최근 대표를 교체하고 그동안 적자가 누적되던 투자기업들 정리에 나섰다. SK그룹은 이를 통해 AI와 반도체, 그린에너지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