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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B tv로 방송 혁신 선도… 빅테크 맞설 규제 완화 시급" [혁신하는 대한민국 사람들]

(6) 김혁 SKT 미디어제휴담당(CMBO)
AI로 비즈니스 활로 뚫어야 생존
최근 생성형 AI골프중계도 호응
광고·심의규제 유튜브·OTT와 달라
법개정 통해 방송업계 숨통 터줘야

"AI B tv로 방송 혁신 선도… 빅테크 맞설 규제 완화 시급" [혁신하는 대한민국 사람들]
김혁 SKT 미디어제휴담당(CMBO)이 지난 15일 SKT 본사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CMBO는 위기를 맞고 있는 방송 업계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공지능(AI) 미디어 전략과 글로벌 빅테크에 맞설 수 있는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T 제공

"방송 업계가 많이 어려운 만큼 위기 대응 전략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인공지능(AI) 미디어 전략으로 제3의 관문을 열겠다."

김혁 SKT 미디어제휴담당(CMBO)은 지난 15일 SKT 본사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AI라는 세 번째 길을 열어 의미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콘텐츠 다양성에 좀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SKB는 지난해 말 AI를 활용해 이용자별로 좋아할 콘텐츠를 보여주고 콘텐츠 속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바로 살 수 있는 'AI B tv'를 공개했다. 또 SKT와 SKB는 올해부터 생성형 AI 기반의 골프 중계 해설과 영상을 본격 도입하면서 미디어 분야에서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김 CMBO가 있다. KBS, SBS를 거쳐 어느덧 SK텔레콤에 합류한 지 6년이 된 그는 SKB 미디어CO장, SKB 케이블방송사업단장도 겸하면서 SKT, SKB의 미디어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다음은 SKT, SKB의 AI 미디어 전략과 방송 업계에 대한 김 CMBO와의 일문일답이다.

―지난해 말 AI B tv를 출시한 뒤 진행 상황이나 성과는.

▲내부 지표를 살펴보면 AI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숫자가 2배 이상 뛰었다. 고객들이 AI 서비스에 만족하니까 재방문도 많아지면서 이용 숫자가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유료방송 가입자수가 감소한 와중에도 SKB는 22만4000명 정도의 순증이 있었고, 순증 점유율에서도 1위인 44% 가량을 차지했다. 56% 이상의 고객이 실시간만 보지 않고 B tv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차후 타사 고객 유입, 기존 고객 재약정의 힘이 될 거라 본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과학 교육에서도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AI B tv에서 콘텐츠와 커머스 결합으로 수입이 늘었나.

▲한계도 느꼈고 의미도 발견했다. AI 쇼핑의 경우 주문형비디오(VOD)를 보다가 멈추면 해당 장면 속 상품들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허락해주는 VOD 공급 업체들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고객들이 정작 상품에 대한 정보만 얻고 구매는 다른 데서 하는 흐름이 있었다. 다음 업데이트는 B2B2C(다른 기업의 서비스를 소비자에 제공하는 전자상거래) 모델이 적합한 것 같다. 외부 업체와 제휴를 해서 고객이 가격 비교도 하고 구매 결정까지 할 수 있도록 해야 우리도 일정 정도 판매 수수료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9월 정도에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TV 화면에 표시하지 않고도 해당 정보를 연동된 휴대폰에 링크나 검색 결과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부터는 TV를 보면서 동시에 커머스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영상에 담긴 기존 음원, 자막을 지울 때 AI 기술을 도입한다고 했는데.

▲지상파나 애니메이션 예전 작품을 SD급에서 HD로 만드는 데 AI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또 영화 '파묘'도 UHD급으로 개선해 판매에 보탬이 됐다. 해외에 콘텐츠를 수출할 때 생길 수 있는 음원, 자막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포스트 프로덕션 플랫폼을 만들어놨다. 이제 누구나 와서 테스트하고 마음에 들면 유료로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시험 중이다.

―최근 시작한 AI 골프 반응은.

▲지금 한 달 이용자가 17만6000명 가량 되는데, 스포츠와 정보가 연계된 게 좋은 것 같다. 다만 좀 더 정교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 11월까지 고도화할 거다. 중계권료 부담만 없으면 골프뿐만 아니라 야구, 축구로도 확장하고 싶다. 중계권을 갖고 채널을 운영하는 곳과 논의해서 이런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기대하고 있다.

―SKT와 SKB의 위기 대응 전략은.

▲한국 문화 산업이 200조 정도 규모로 얘기되는데, 정작 국내 산업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의 핵심은 규제에 있다고 본다. 규제 바깥에 있는 유튜브나 많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자유롭게 활개를 치면서 기존 미디어 시장이 어려운 거다.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할 수 있도록 내용, 광고, 상품 자유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부의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당장 내부적으로는 AI를 통해 우리의 서비스 경쟁력 자체를 높이고 비즈니스 활로를 찾는 공성 전략, 고객들이 이미 사용하는 OTT를 번들로 묶어 스마트TV로 빠져나가는 트래픽을 붙잡아두는 수성 전략도 하나의 방향이다.

―가장 먼저 없애야 하는 규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획정이다. 어디까지를 미디어 시장으로 보고 그 시장에서 누가 누구랑 경쟁하는가, 예를 들면 유튜브와 지상파가 같은 광고 시장에 있을 수도 있는 것이기에 이런 걸 정한 뒤 동일 규제를 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다만 이런 건 법 개정이 필요하기에 먼저 재원을 마련해줘서 숨통을 터줬으면 좋겠다. 광고 규제 같은 경우 학교 다녀온 아이들이 패스트푸드 광고를 보면 햄버거나 피자를 사먹어 뚱뚱해진다는 이유로 오후 4시부터 패스트푸드 광고를 하지 말라는 규제가 수십년째 있다. 요즘 아이들이 그런 방송을 보고 햄버거를 사먹지도 않는 데다 같은 시간대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는 그런 광고가 버젓이 있다. 또 지역 안에서 의료 광고는 불허하고 있다. 심의 문제도 있다. '왕좌의 게임'에서 칼에 목이 베여 날아가는 경우 OTT에서는 다 나오는데 IPTV VOD에서는 블러(흐림) 처리가 돼 있다. 같은 콘텐츠면 심의 규정도 같아야 하는데 매체에 따라 이걸 구분하는 게 낡은 규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미디어는 중요한 국가 전략 사업인데 OTT, 콘텐츠, 유료방송 문제를 자꾸 나눠서 본다.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하는 요소이고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국내 미디어 산업이 자생력을 갖추려면 OTT를 통한 이득이 플러스 알파로 늘어야지, 다른 걸 대체하는 게 아니다. 정책을 다루는 분들이 국내 미디어 시장의 규모, 다양성, 재원을 키우는 데 집중해주면 좋을 것 같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