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호주의 그랜드캐년이라 불리는 블루마운틴의 일부 지역은 과거 석탄을 캐던 탄광지역이었다. 1800년대 후반부터 채광을 시작해 1930년대 수요 감소로 폐광됐으나, 이후 블루마운틴 중심의 자연환경과 탄광에 이용됐던 궤도열차 등을 활용한 관광화 전략으로 지금은 명실 공히 호주의 대표 명소가 됐다.
유칼리나무로 뒤덮인 1100m 사암 고원지대의 산악지역인 블루마운틴은 특유의 식생과 가파른 계곡, 기암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어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5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가 200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됐는데, 고유의 환경을 보호하는 것에만 치중하지 않고 궤도열차와 케이블카를 이용해 일부 지역은 개방하는 관리정책을 통해 자연보전과 개발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지역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조성 당시의 약속에 따라 산림으로 복원해야 하는 평창동계올림픽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지역도 블루마운틴처럼 만들어 갈 수는 없는 것일까. 보전 가치가 있는 산림은 철저히 복원해 보호하면서 균형 있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당초의 약속을 지키면서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동안은 '보전'과 '이용'을 대척점에 두고 서로 대립하는 구도로 보았다면 이제는 보전과 이용을 융합적 관점에서 접목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산림은 전 지구적 경기불황 속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자원'이면서,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해 반드시 보전해야 할 '자연환경'이기도 하다. 갈수록 심화되고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환경문제 속에서 이제는 복합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림복원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도 마찬가지이다. 산림복원은 산림생태계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지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복원 대상인 산림의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을 유지·증진을 위한 자연환경 보전의 수단인 산림복원이 생태관광 자원으로써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도 있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산림복원은 '자연적·인위적으로 훼손된 산림의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이 원래의 상태에 가깝게 유지·증진될 수 있도록 그 구조와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산림을 훼손 이전의 원래 상태로 완전히 되돌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때로는 숲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등 열린 시각으로 경제·사회·생태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 가능한 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림복원과 이용을 상반된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호주의 블루마운틴처럼 보전과 이용을 잘 접목해 자연보전을 위한 규제를 무조건 앞세우기보다는 가치 있는 산림자원을 생태관광자원으로 재생산하고 개발의 정도를 달리해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균형있는 산림복원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이 폐광지역의 궤도열차를 산악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서 조화롭게 환경을 보전한 것처럼 가리왕산 역시 융합적 관점에서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산림복원 방법을 모색한다면 향후 유사한 경기시설의 사후 활용 모델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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