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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동네 지점 문닫았네" 막막한 어르신들 [노인을 위한 투자는 없다 (중)]

디지털 전환에 오프라인 축소
1분기 국내 전체 지점 797곳
1년새 10% 가까이 줄어들어
체계적으로 배울 곳 마땅치 않아
사설강의 들으러 갔다 '낭패'도

"증권사 동네 지점 문닫았네" 막막한 어르신들 [노인을 위한 투자는 없다 (중)]
저성장과 고물가 시대에 투자는 필수가 됐지만 고령층에겐 딴 세상 이야기다. 투자에 관해 도움을 받던 증권사 지점들이 잇따라 사라지면서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심리적 거리까지 멀어졌다. 교육을 받을 곳도 마땅치 않아 사설강의를 듣다 낭패를 볼 뻔한 사례도 있다.

■문닫는 지점에 갈 곳 잃은 실버세대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기준 전체 증권사의 국내 지점(영업소 포함) 수는 797곳으로, 전년 동기(868곳) 대비 71곳 감소했다. 1년 만에 10% 가까이 줄었다. 증권사 지점 수가 800곳을 밑돈 것은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지난 2019년 1026곳에 달했던 지점이 계속 문을 닫아 5년 사이 700곳대까지 줄어들게 됐다.

증권사 지점은 비대면과 디지털 환경 추세에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2000년 이후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투자의 기본도구가 됐기 때문이다.

그마저 남아 있는 지점도 이른바 '슈퍼자산가'를 위한 곳이다. 자산관리(WM)가 증권가 고객 확보 공략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고액자산가가 밀집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지점이 통합되거나 아예 전용지점이 새롭게 마련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NH투자증권은 지난 5월 기존 반포WM센터와 방배WM센터 2곳을 반포금융센터로 통합하고, 반포브랜치(Branch)는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에 오픈하는 등 반포에만 2곳을 운영하고 있다.

증권사 지점이 누구나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곳보다 특정 계층의 전용점포라는 이미지로 바뀌면서 고령층의 투자장벽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HTS와 MTS를 이용한 비대면 거래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면으로 직접 문의할 지점도 사라지다 보니 체감 투자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외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세대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가까운 거리의 지점들이 점점 문을 닫으면서 거주하는 도나 시를 벗어나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군산WM센터가 지난해 11월 폐점하면서 전북에 있는 지점은 전주WM센터 1곳이다. 지난달에는 김해WM센터를 부산 투자센터로, 마산 WM센터를 창원 투자센터로, 경주 WM센터를 포항WM센터로 각각 합쳤다.

■코로나로 비대면 교육 사라지며 배울 곳도 없어

지점이 없으니 배워서라도 투자를 하고 싶지만 이마저도 마땅치 않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으로 대면 투자교육을 하는 증권사가 드물기 때문이다. 주요 5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NH투자·키움증권) 가운데 비정기적으로라도 교육을 하는 곳은 한국투자증권뿐이다. 팬데믹을 계기로 오프라인 교육이 적어지면서 대부분 유튜브 등으로 제공하는 추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증권사 전반적으로 오프라인 교육은 거의 사라졌다"며 "특히 요새는 유튜브가 활발해지다 보니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보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체계적으로 투자에 대한 기본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제한되면서 사기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사설강의를 들으러 갔다가 투자사기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60대 후반 홍모씨는 "주식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곳이 거의 없다"며 "최근에는 사설 공개강의를 들으러 갔다가 회원가입을 시켜서 자칫하면 크게 당할 뻔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투자소외가 심해지는 만큼 '금융 소외자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지점 축소가 수익성 강화를 위한 경영전략의 일환이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고령자들은 비대면 방식으로 서비스를 받는 것에 불편해하고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점을 유지해야 한다"며 "다만 경쟁력 유지나 비용 관점에서 증권사 개별 금융회사들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용분담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박지연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