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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기업도 예외없다"…반도체·AI·배터리 등에 '힘싣기' [SK 리밸런싱 본격화]

계열사 합병·매각에 속도낼 듯
그룹 경쟁력·성장성 향상 목적
SK온, 트레이딩인터·엔텀과 합병
SK에코플랜트, 에센코어 등 편입

"알짜기업도 예외없다"…반도체·AI·배터리 등에 '힘싣기' [SK 리밸런싱 본격화]
SK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결정하면서 올해 초부터 추진 중인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구조화) 작업이 속도를 내게 됐다.

이번 합병은 무엇보다 모든 계열사가 사업재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그룹의 의지를 확인시켰다는 의미가 있다. 리밸런싱 첫 작품인 SK E&S는 비상장사로서 매년 1조원 넘는 영업이익과 수천억원의 배당수익을 그룹에 안겨주던 알짜 계열사였지만 1호 합병 대상이 됐다. SK그룹이 향후 경영전략의 방향타를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등 미래 사업으로 튼 만큼 후속조치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SK온 IPO에 사활

1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다음달 중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여는 등 후속절차가 남았지만, 올해 말께 자산 총액 105조원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합병안이 'SK온 구하기'의 일환으로 추진돼 오던 SK그룹의 리밸런싱 구상 중 핵심이었던 만큼 219개 계열사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줄이기 위한 계열사 합병, 지분 매각 등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은 SK온의 기업공개(IPO)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K온을 '괜찮은' 회사로 만들어 향후 IPO를 준비하고 그 투자여력을 AI, 반도체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이사회에서 SK온과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기업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에너지의 탱크 터미널 사업 자회사인 SK엔텀을 합병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리밸런싱 본격 속도

다른 업종에 있는 자회사의 합병도 이뤄질 전망이다. 18일 이사회를 여는 SK에코플랜트는 SK㈜ 산하 반도체 가공·유통업체인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편입시킬 전망이다.

에센코어는 SK하이닉스로부터 D램 등을 공급받아 SD카드와 USB 등으로 가공해 유통하고,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산업용 가스를 생산해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하는 회사다. 두 회사 모두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는 SK그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AI·반도체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룹 차원에서 역량을 총집결하고 있는 AI·반도체 사업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지난 6월 그룹 최고경영진이 참여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핵심사업으로 AI와 반도체 등 미래 성장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논의했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80조원을 AI와 반도체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경영권 공고화 포석도

이번 합병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높여 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주사인 SK㈜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양사 합병비율(SK이노베이션 1 : SK E&S 1.1917417)에 따라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이 합병신주를 발행해 SK E&S의 주주인 SK㈜에 4976만9267주를 교부한다. 이렇게 되면 합병 후 SK이노베이션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율은 36.22%에서 55.9%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17.73%다. 특수관계인까지 합하면 25.57%다.

재계 관계자는 "SK의 대대적 리밸런싱의 핵심에는 SK온의 성패에 그룹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아울러 성장성이 낮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비주력 계열사 간 통합과 정리를 통해 그룹 전반의 경쟁력과 성장성을 높이겠다는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