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 보넨판르 프랑스통신사업자연맹(FTT) 회장. 사진=김준혁 기자
【파리(프랑스)=김준혁 기자】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불균형적인 협상력을 고려한다면 네트워크 사용료 문제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법·제도적인 장치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프랑스통신사업자연맹(FFT) 사무실에서 만난 보냉 보넨판르 FFT 회장은 빅테크를 비롯한 CP의 네트워크 인프라 발전 기여를 의무화 할 수 있는 제도적 프레임워크(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넨판르 회장은 "프랑스에선 CP 5개사가 전체 트래픽 중 50% 이상, 피크 시간대엔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집중돼 있어 네트워크 기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네트워크 비용 분담을 논의할 수 있는 정책적 틀이 있다면 사례별로 사법·행정적 판단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제도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조차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미·아시아권 대비 5세대(5G) 이동통신 등 네트워크 발전 수준·속도가 더딘 유럽은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는 만큼 CP의 고통 분담이 동반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난해 4·4분기 기준 프랑스 내 5G 상용화율은 17%에 불과하다.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는 유럽 내 통신사들이 연간 550억 유로(약 78조7044억원)를 투자 중인 반면, 빅테크는 전 세계적으로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에 170억유로(약 24조3268억원), 네트워크 인프라에는 10억유로(약 1조4309억원)를 투자하는 데 그치고 있다.
보넨판르 회장은 "네트워크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인공지능(AI), 산업용 5G 등 핵심 네트워크를 현대화하는 데 새로운 기술 개발 투자도 진행돼야 한다"며 "EU 통신사들은 디지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우 높은 수준의 네트워크 구축 및 보수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유럽 집행위원회(EC)에서 인터넷 생태계 내 규칙 제정·규제를 통해 시장 권력의 비대칭 해소가 가능해진다면, 유럽 각 국가들은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 된다"며 "유럽 내 디지털 인프라 안정이 가속화된다면 국제 수준의 협력과 교류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처럼 망사용료 제도 마련을 위해선 국제적 연대와 협력을 활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보넨판르 회장은 "네트워크 사용과 그에 따른 대가 지불 이슈는 현재 전 세계에서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면서도 "CP가 거대 지배력을 통해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분절화된 대응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EU와 같은 국가들 간의 연대를 통해 국제적 수준에서의 대응 및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EC의 집행위원 구성에도 유럽의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앞서 EC는 올해 2월 CP의 네트워크 인프라 비용에 대한 공정기여(fair share)를 강제하도록 하는 디지털네트워크법안(DNA)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공식 입법이 아닌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사전 작업으로, 추가 입법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같은 시기에 EC 선거가 겹치면서 입법 동력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
보넨판르 회장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기존에 DNA를 강력하게 추진해 온 프랑스 통신사 오랑쥬(Orange) 출신의 테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을 지지해 왔다"면서도 "하지만 조기 총선에서 범여권이 패배했고, 정당별 추천 위원에 대한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만큼 티에리 브르통이 연임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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