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제주포럼 참석한 최태원
트럼프 부정적 발언 의식한듯
【파이낸셜뉴스 서귀포(제주)=김동호 기자】 "(미국이 반도체) 보조금을 안 준다면 우리도 완전히 다시 생각해 봐야 될 문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최근 인공지능(AI) 경쟁이 가속화되며 반도체 시설투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반도체 보조금'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7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반도체 보조금 영향에 대해 "그분(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서 어떤 일을 할지 상상하고 예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보조금을 안 준다면 저희도 완전히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다만 "대선이 끝나고 내년 봄이 지나야 (정확한)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친환경에너지 정책 전반을 "사기"라고 표현하며 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반도체 보조금 정책에 대해서도 "우리 반도체 산업의 거의 100%를 (대만이) 가져갔다"며 비판적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최첨단 패키징 라인을 건설한다. 2028년 가동을 목표로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한다. 업계에서는 인디애나주로부터 받는 세액공제와 미국 연방정부가 칩스법(반도체과학법)에 근거해 지급하는 보조금을 합치면 1조원 넘는 금액을 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장 건설비용 상당 부분을 미국의 보조금으로 충당하는 셈이다.
최 회장의 이날 발언은 미국 패키징 라인 투자 백지화보다는 '보조금 지급 중요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실제 최 회장은 한국 정부가 보조금 없이 세제 위주 혜택을 주는 정책에 대해 "(기업이) 알아서 혼자 하라는 어려운 상황에 들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 회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가 너무 과격해,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이 벌어지면 배터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한계에 부딪힌 집적도를 해결하려면 설비투자를 늘려 공장을 지어야 하는데, 최신 팹(반도체 생산공장) 하나를 지으려면 20조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반도체의 핵심부품으로 떠오른 HBM으로 시장을 선도하더라도 늘어난 매출보다 더 큰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는 설명이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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