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

[특별기고] 벼랑 끝 연금 개혁, 물러설 곳은 없다

[특별기고] 벼랑 끝 연금 개혁, 물러설 곳은 없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최근의 연금개혁은 전국시대 송나라 저공이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원숭이들에게 주던 도토리를 '아침에 셋, 저녁에 넷'으로 줄이고자 했으나, 이에 성난 원숭이들이 '아침에 넷, 저녁에 셋'이라는 저공의 변경안에는 만족했다는 조삼모사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나온 안들은 2018년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 2023년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안), 최근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안)까지 내용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 제안된 두 가지 방안을 살펴보자. 하나는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50%의 소득보장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보험료율 12%와 소득대체율 40%(현행 유지)의 재정안정화 방안이다. 이들 두 가지 안은 소득보장 수준에서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어차피 연기금의 고갈 시점을 6~7년 정도 연장하는 데 그치고 있어서 어느 안이 채택되더라도 연금개혁 논의가 6~7년 이후에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개혁의 조속한 시행이 중요했던 셈이다.

그런데도 이들 안을 토대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최종 제안한 방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개혁은 미뤄졌다. 보험료는 13%로 인상하는 데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소득대체율은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해 결국 연금개혁이 다음으로 미뤄진 것이다. 제시된 안들이 실제로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미진한 연금개혁 추진에 아쉬움이 크다.

물론 연금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모두를 만족시키는 유일한 안을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안을 찾고 있는 것일까.

2007년 연금개혁 이후 다양한 개혁방안들이 제시된 바 있다. 2018년에 논의된 국민연금 개편방안 네 가지 중에서 두 가지가 최근의 공론화위원회가 제시한 안과 흡사하다. 그동안 갑론을박하면서 제시된 안이 고작 5년 전 방안들의 복사판이었던 셈이다. 그런 까닭에, 늦으면 늦을수록 불합리하거나 모두가 불편해지는 안만 나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만시지탄만 있을 뿐이다.

한편 근본적으로 연금제도의 목적은 노후소득 보장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후소득 보장은 연기금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의 안정으로 달성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해왔다. 기초연금 확대가 이를 증명한다. 이제는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재정안정에도 초점을 둘 때다. 늦으면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기초연금까지 재정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노후보장의 버팀목이 되는 복지유산인 국민연금제도를 재정비할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민연금의 구조개혁 논의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2023년 상반기 제2차 국회 연금개혁특위 자문위원회에서는 구조개혁을 논의했지만, 준비 과정이 짧았고 국회의원 선거 등으로 인해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을 논의하는 모수개혁과 다르게 국민연금과 여러 다른 연금들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구조개혁 논의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많은 숙고가 요구된다. 이렇듯 연금개혁이 지체될수록 해결해야 할 과제는 쌓여만 가고 있다. 유일하고 완벽한 개혁방안은 없다.


대다수 국민은 조속한 연금개혁을 통해 우리의 노후소득이 안정적으로 보장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집단지성을 발휘해서 우리나라의 복지 위기를 극복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연금개혁도 완수되기를 기원해 본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