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셰프가 에어서울과 협업해 내놓은 우동 기내식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홍요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기내식이지만, 면발에 탄력에 감탄하는 고객들의 반응에 뿌듯하다. 탱탱한 면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대한민국 최고 '일식 대가'로 꼽히는 정호영 셰프는 지난해 에어서울과 함께 '우동 기내식'을 출시했다. 코로나19 이후 여행 수요가 폭발하며 항공사 간 기내식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스타 정 셰프의 이름을 내건 기내식은 맛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성공했다.
출시 이후 매달 200~250개가 팔리는 등 기내식을 사전에 별도 구매하는 저비용항공사(LCC) 시스템을 고려하면 꾸준한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출시한 명란크림, 카레우동 2종에 지난해 탄생한 김치비빔, 새우살샐러드, 고기마제, 간장계란버터우동 4종을 더해 총 6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정 셰프는 "지상과는 환경이 다른 기내에서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제품 탄생까지 수 개월이 걸렸다"며 "메뉴 선정 후, 비행기에 탑승해 직접 맛을 보고 객실 승무원들의 피드백까지 수차례 반영해 세밀한 레시피 수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면발의 식감을 살리는 일이었다. 기내에서는 면을 새로 삶고 세척하는 조리가 안전상 이유로 불가능하기에, 면을 미리 삶아 포장해도 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정 셰프는 "기존 매장에서 파는 우동 면으로 테스트를 해보니 불어서 2배가 커졌다"면서 "일본에서 가장 적합한 면을 공수했고, 기내에서 우동을 데우는 과정에서 면이 마르지 않도록 호일 그릇 가장자리를 양배추로 싸 수분감을 보충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지상보다 기압과 온도가 낮은 기내 환경이 맛에 끼치는 영향도 고민했다. 그는 "하늘 위에서는 맛을 상대적으로 싱겁게 느끼게 된다. 센 간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소스 양을 증량해 더 넣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우동 기내식은 국적 항공사로는 최초다. 메뉴 개발을 위해 일본 사누키 우동의 본 고장인 다카마쓰를 자주 찾는 정 셰프와 이 지역에 단독 취항하는 에어서울의 연이 닿아 협업이 이뤄졌다. 정 셰프는 "대형항공사 비즈니스 클래스서는 조리의 여유가 있어 잔치국수나, 비빔국수를 제공하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우동 메뉴는 LCC는 물론 국내 항공사 중 최초"라고 설명했다.
이는 진입장벽 없는 대중적 음식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요리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정 셰프는 "처음 요리를 시작할 때, 고가의 음식보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메뉴로 유명해지면 더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우동을 선택했다"며 "여행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는 에어서울과의 협업이 즐겁다"고 전했다.
정 셰프는 메뉴 한 가지를 꼽기는 어렵지만, 상황에 따라 어울리는 메뉴가 다르다고 제안했다.
그는 "고기마제우동은 맥주와 어울리고, 술 없이 푸짐하게 먹고 싶다면 삼각김밥이 함께 제공되는 간장계란버터우동도 좋다"며 "해외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 매콤한 음식이 당길때 고추장 베이스에 김치가 함께 들어간 김치 비빔 우동을 고르면 새콤달콤한 맛이 좋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정 셰프는 "한번 맛본 분들이 우동 때문에 에어서울을 탄다고 말할 정도로 만족스러우면 좋겠다"며 "많이 찾아주시면 새 메뉴도 개발해보고 싶다. 소고기 덮밥 '규동'에 착안해 한국의 불고기와 우동면을 접목시킨 메뉴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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