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영 노무라금융투자 본부장이 23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SNE 배터리 데이 2024'에서 강연하고 있다. fnDB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할퀸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이 내년 하반기 저점을 찍고 개선될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23일 시장조업체 SNE리서치가 주관한 'SNE 배터리 데이 2024'에서 강연자로 나선 박세영 노무라금융투자 본부장은 전기차 캐즘 종료 시점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박 본부장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자본 지출(CAPEX), 즉 투자 지출 추이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든 일반 테크 기업이든 투자가 최저점에 왔을 때가 사이클이 돌아설 수 있는 시점"이라며 "그만큼 공급을 줄인다는 이야기"이라고 덧붙였다.
박 본부장은 SK온을 예로 들었다. SK온은 지난해 11조5000억원의 투자비를 지출했고, 올해는 7조5000억원을 집행한다. 그는 "SK온 투자가 내년부터는 2조원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알고 있고, 앞으로 투자비를 크게 늘려 나가지 않을 걸로 이해하고 있다"라며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도 비슷한 추세인 만큼, 내년 하반기엔 캐즘을 딛고 올라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본부장은 "당초 전기차 산업은 우상향하는 성장 산업으로 여겨졌으나 반도체와 같이 사이클이 존재함을 인식하고, 이에 맞는 투자 전략과 제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 전기차 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가 현행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받는 보조금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설명했다.
노무라금융투자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연평균 15.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작년 예상치 17%에서 다소 하향 조정된 수치다. 또 미국·유럽·중국의 전기차 시장 침투율을 고려할 때, 큰 시장 중에선 미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게 평가된다고 그는 소개했다.
박 본부장은 전기차 업계의 캐즘 극복 전략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기술 발전으로 원가를 낮춰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하고, 다양한 모델을 출시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라며 "주행 거리, 충전 시간, 안전성 등의 기본 성능 보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적인 지원 필요성도 당부했다.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폐지되고 있는 전기차 보조금 재도입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휘발유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등의 연료 정책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박 본부장은 강조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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