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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서학개미가 브로드컴과 TSMC를 쓸어 담고 있다. 서학개미의 애장품이던 엔비디아가 최근 조정을 받으면서 고평가 논란이 커지자 차익 실현 후 제2의 엔비디아를 찾으며 시야를 넓히는 모습이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1일~23일) 국내 투자자는 브로드컴을 1억1833만달러어치(한화 약 1639억4621만원) 사들였다. 이 기간 미국 주식 순매수 2위다. 이어 서학개미는 TSMC를 1억1568만달러어치(한화 약 1602억5150만원) 순매수하며 세 번째로 많이 담았다.
엔비디아에 피로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제2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브로드컴’과 슈퍼을 ‘TSMC’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평가다. 엔비디아에만 몰입되기보다는 차익실현 후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서학개미의 순매수 1위는 단연 엔비디아였다. 국내 투자자는 상반기 엔비디아를 무려 17억8281만달러어치(한화 약 2조4670억원) 사들였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4억5834억달러를 순매도하면서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들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칩 의존도를 낮추려는 과정에서 브로드컴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평가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브로드컴이 엔비디아를 잇는 AI 관련 인기 종목이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TSMC 역시 실적을 통해 AI 부문의 강력한 수요가 확인된 만큼 주가 조정은 분할 매수의 기회라는 판단이다. 앞서 TSMC는 2·4분기 매출액으로 6735억1000만대만달러, 순이익은 2478억5000만대만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NH투자증권 류영호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으로 인해 주가 변동성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단 공정 비중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신규 공정 및 투자에 따른 비용은 가격 인상으로 일부 상쇄된 점, 당장 TSMC를 대체할 만한 기술과 생산능력을 가진 업체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투자증권 강재구 연구원은 “뛰어난 생산 역량 덕분에 AI 선두 기업들이 TSMC를 위탁 생산업체로서 선호하고 있다”며 “AI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다양한 전자기기에 적용돼 수요는 커지고 있지만,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TSMC가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실적을 고려했을 때 적정 가치 수준이며, 조정을 받은 만큼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 서영재 연구원은 “최근 엔비디아의 주가가 빠진 건 기업의 펀더멘탈 문제가 아닌 트럼프 등 외부 요인 때문이었다”며 “실적이 탄탄하고, 양호한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가는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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