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팀 감독 뽑는 데
인간의 결정 AI보다 못해
AI와 협업 선택아닌 필수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챗GPT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열린 생성형AI 시장에 이제는 경쟁 서비스가 적지 않다. 클로드(Claude), 미스트랄(Mistral), 제미나이(Gemini) 등 다양한 서비스가 이용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 선임에 관해 여러 생성형 AI서비스에 물어보았다. 최근 논란 자체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아주 간결하게 "한국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으로 적당한 인물을 2인만 추천해줘. 그 이유도 설명해 줘"라는 프롬프트(AI를 작동시키기 위해 사용자가 입력하는 명령)를 사용했다.
먼저 A서비스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발전과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신임 감독 선임이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이미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위르겐 클린스만과 박항서 감독을 추천했다. 근거로 제시한 내용을 보자니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직전 한국 국대 감독을 했다가 사실상 경질된 부분은 알고 있지 못한 듯했다. 예상 밖으로 멍청하다.
B서비스는 홍명보 감독과 마르셀루 비엘사 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감독을 추천했다. 홍명보 감독이 선수 시절 월드컵에 4회 연속 출전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이미 국가대표 감독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근거로 들었다. 마르셀루 비엘사에 대해서는 젊은 선수 육성에 능하고 전술적 혁신으로 유명하므로 한국 대표팀에 새로운 축구 스타일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C서비스는 파울루 벤투 감독과 앞서 나왔던 마르셀루 비엘사 감독을 추천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미 한국 국대 감독 경험이 있어 한국 축구의 환경과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미 2022년 월드컵에서 16강 진출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추천한다고 했다. 마르셀루 비엘사 감독에 대해서는 "여러 국가대표팀과 클럽팀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국제적인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서 팀을 효과적으로 리드할 수 있다"고 했다.
D서비스는 파울로 소사 감독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염킥일' 감독을 추천했다. 후자를 추천한 것은 AI의 전형적인 '환각' 현상이다. 먼저 파울로 소사 감독에 대해서는 선수 시절 유럽 톱클래스 팀에서 활약했으며 폴란드 대표팀을 이끌면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진출에 성공한 경력을 강조했다. (필자가 팩트체크를 해 보니 실제로는 16강행이 확정된 경기 전에 클럽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AI는 환각의 산물인 '염킥일' 감독이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다시 한번 AI의 환각은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약하자면 환각에 의한 엉뚱한 답변과 이미 국대 감독에서 경질된 사람까지 언급된 부분에 대해서는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답변에서 거론된 나머지 감독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적절한 근거까지 제시하고 있기에, 이 AI 서비스들의 답변을 잘 활용한다면 합리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AI의 장점은 부실한 답변에 대해 추가로 계속해서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클린스만 감독을 언급한 AI에 최근 선임되었다가 경질된 사람임을 알려주며 새로운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했다면 AI는 바로 사과하면서(사과할 줄 안다는 것이 생성형 AI의 중요한 특징이다) 다른 사람을 추천해줬을 것이다.
최근 대한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에 관해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평소 공적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은 AI의 결정과 비교하여 왜 최종적으로 이러한 결정을 했는지 소명토록 하자는 필자의 지론은 바로 인간이 범할 수 있는 논쟁 회피적 선택, 파벌, 맹목적 복종, 선입견 등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중요한 결정에는 AI의 결정과 인간의 결정을 비교하여 더 나은 쪽을 선택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물론 AI의 답변 중에서도 환각이나 허위사실은 무시해야 하겠다. AI보다 못한 인간의 결정이 남발되는 풍토 속에서 인간·AI 협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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