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네번째)이 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올림픽 여자 단체전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남수현·임시현·전훈영 선수, 양창훈 감독, 김문정 코치(왼쪽부터)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할 수 있는 것은 뒤에서 다 할 생각이다."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 현장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이 10연패 신화를 달성한 직후 이런 소감을 밝혔다. 현장 취재진이 자신을 '승리요정'으로 부르자 "제가 운이 좋은 것 같다. 선수들이 워낙 잘해서 묻어서 가고 있다"고 멋쩍어 했다.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단체전 10연패의 대위업을 달성하면서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의 전폭적인 스포츠 공헌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985년부터 40년간 비인기 종목인 양궁 후원을 이어온 현대차그룹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경기력 향상을 위해 자체 로봇 개발부터 현지 훈련장 확보까지 선수단을 물심양면으로 챙겼다.
도쿄올림픽 직후 지원 방안 논의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1년 도쿄올림픽 직후부터 대한양궁협회와 파리올림픽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훈련 장비 기술지원과 축구장 소음 훈련부터 현지 식사, 휴게공간, 전용 훈련장까지 다양한 분야를 포함했다.
현대차그룹은 먼저 파리올림픽 양궁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국내 진천선수촌에 건설하도록 했다. 이 경기장에서 국가대표팀은 경기장의 특성을 몸에 익히며 체계적인 연습을 시행했다고 한다.
올림픽에서 예상되는 음향, 방송 환경 등을 적용해 모의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해 제공한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과 일대일 대결을 펼치며 한계에 도전하는 연습을 반복했다.
전북현대모터스와 협의해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소음 적응 훈련도 했다. 지난 6월 29일 전북현대와 FC서울의 경기를 앞두고 대규모 관중앞에서 약 40분가량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경기를 펼쳤다.
파리 현장에서는 경기장 근처 스포츠클럽을 통째로 빌려 양국 국가대표팀만을 위한 전용 연습장을 마련했다. 해당 스포츠클럽은 휴식과 훈련을 위한 시설을 갖춘 곳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은 통상적인 날짜보다 4일 정도 빠른 7월 16일 출국, 전용 연습장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진행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지 전용 연습장 훈련이 대표팀의 빠른 시차 적응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현지 경기력 강화 세심 배려
현대차그룹은 전용훈련장과는 별도로 경기장에서 약 300m 거리에 선수단 휴게 공간을 마련, 시합과 연습 사이 휴식을 취하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휴게 공간은 의무치료실, 라운지도 갖췄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이례적으로 예선 경기 후 본선 경기까지 2일의 공백기간이 있었다. 이 시기 전용 훈련장에서 컨디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훈련할 수 있어 선수들의 호응이 높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대한체육회에서 오랜기간 근무한 베테랑 영양사가 직접 구성한 식단을 바탕으로 프랑스 내 한식 케이터링 업체를 선정,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들을 선수단에 제공했다.
또, 대회 기간 선수들이 안정적인 심리상태와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스포츠심리 전문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도 동행했다.
현대차그룹이 지원한 개인 로봇은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한 결과물이다. 이밖에도 슈팅 자세를 정밀 분석해 완벽한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 어디서든 활 장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활 검증 장비, 직사광선을 반사하고 복사에너지 방출을 극대화하는 신소재를 개발해 적용한 복사냉각 모자도 지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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