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구영배 큐텐 대표(사진)가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사태 발생 일주일만이다. 구 대표는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개인 재산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 대표가 밝힌 피해액이 기존에 업계가 추산한 액수보다 훨씬 적고, 유동성 확보 방안도 지분이 매각되거나 대출을 받을 수 있어야 가능한데다, 앞으로 다가올 6~7월 미정산 규모까지 합치면 이 수준의 자구책만으로는 피해액 보상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주일만에 공식 사과한 구영배 대표
29일 구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큐텐은 양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펀딩과 M&A를 추진하고 있고, 제가 가진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사태 수습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입장 표명이 늦어진 데 대해서는 "피해 상황 파악과 피해자 및 파트너사 피해 구제 방안, 티몬과 위메프 양사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력을 다 해 왔다"며 "이 과정에서 모회사 CEO로서 제가 맡은 역할과 책무를 다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소비자 피해 최소화와 사태 확산에 집중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구 대표에 따르면 현재 큐텐은 긴급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보유 해외 자금 유입과 큐텐 자산 및 지분의 처분이나 담보를 통한 신규 자금 유입도 추진 중이다.
구 대표는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 하루 빨리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더 이상의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최우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피해액 추산 규모 차이 커... 전체 보상 가능할까
구 대표가 정산·환불 지연 사태를 책임지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이 정도 자구안으로 피해자 구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구 대표는 이날 "현재 양사가 파악한 고객 피해 규모는 여행상품을 중심으로 합계 500억원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고 했는데 지난 22일 금융당국이 파악한 미정산 금액만 해도 위메프 565억원, 티몬 1097억원 등 총 1600억원대 수준으로 구 대표측 추산과는 세 배 이상 차이나기 때문이다. 피해 금액을 낮게 추산했거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판매자들이 입은 피해는 더욱 크다. 지금까지 불거진 것은 5월 판매대금 미정산 대금에 불과해 향후 6~7월 미정산분이 더해지면 큐텐이 마련해야 하는 자금은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구 대표 역시 "판매자(파트너사) 피해 규모는 현재 여러 변수 요인으로 인해 정확한 추산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티몬·위메프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위기에 처한 판매자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판매 대금을 수개월 뒤 받는 불합리한 정산 구조를 개선하고, 정부가 적극 개입해 판매자와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기홍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 회장은 "중소·자영업자들이 3개월 치 자금이 묶인다면 당장 자금경색으로 회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플랫폼 입점 업체들이 부도가 나면 이들한테 제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자 역시 어려움을 겪고 연쇄적으로 부도가 난다"고 호소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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