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사업법 다음달 7일 시행
폐식용유 등 친환경 원료로 생산
탄소배출량 기존 대비 80% 감소
그동안 샌드박스 통해 개발·생산
업계, 28兆 시장 선점 경쟁 돌입
정유사들이 석유 정제 공정에 폐식용유 등 친환경 원료를 투입할 수 있는 법안 시행이 임박하면서 관련 사업 확대에 바짝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속가능항공유(SAF)를 본격 생산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SAF 시장이 2027년 28조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선점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 내달 7일 SAF 상용화 법 시행
29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7일부터 정유사들이 정제공정에서 기존 석유 대신에 바이오 연료를 활용할 수 있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현행법에는 정유사가 원유 이외의 원료를 정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유업계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SAF 제품을 개발 및 생산해왔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정부가 친환경 연료 개발·이용·보급 확대와 원료 확보 등을 지원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SAF는 화석연료가 아닌 폐식용유·사탕수수·바이오매스·해조류 등 바이오 연료로 생산한 항공연료다.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이는 효과가 있다.
SAF 상용화에 정부가 힘을 싣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항공 분야 탄소 감축 기준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지역 내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소요되는 항공유에 SAF 혼합을 의무화했다. 전체 항공유 중 SAF 사용 비중을 2025년 2%에서 2050년 85%까지 점진적으로 높이도록 설정했다. 싱가포르도 2026년부터 자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기는 SAF를 섞도록 의무화한다. SAF 시장 규모는 급격하게 성장해 2021년 7억4550만 달러(약 1조원)에서 2027년 215억 달러(약 28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 정유업계, 새 경쟁시장 본격화
정유업계는 SAF 시대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국내 업계 최초로 SAF 수출에 성공했다. 해당 제품은 기존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생산됐으며 일본 ANA항공이 사용할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올해 1월부터 폐식용유 등 바이오 원료를 정제설비에서 처리, 제품을 생산해왔다. 지난 4월에는 지속가능성 및 저탄소 제품에 대한 친환경 국제인증 제도인 ISCC인증을 취득했다. 향후 전용 생산설비를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6월에는 미생물 생산 기술 보유 스타트업인 유일바이오텍, 고려대학교와 손잡고 '유글레나 기반 SAF 연구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 대한항공과 SAF 시범 운항 사업을 실시했다. 핀란드 네스테에서 공급받은 SAF를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 화물기에 급유해 3개월간 진행했다. 원료 확보를 위해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인도네시아에 바이오 원료 정제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바이오원료 생산업체 투자를 통해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 올해 말 SAF 생산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미국 인피니움사와 그린수소 및 이산화탄소를 통해 SAF를 생산하는 이퓨얼 기술 개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다만, 업계는 석유사업법 개정을 반기면서도 미비한 SAF 설비 투자 지원 확대를 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유럽, 미국 등은 정부가 전략적으로 세액공제 등 현금성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며 "후발주자인 한국이 격차를 좁히려면 적극적인 설비 투자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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