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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의 묘미… 성장기 '유진과 유진'을 마주하다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소극장의 묘미… 성장기 '유진과 유진'을 마주하다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뮤지컬 '유진과 유진' / 낭만바리케이트 제공

좋은 소문을 많이 들었던 뮤지컬 '유진과 유진'을 삼연이 되어서야 관람했다. 역시 관객들이 공연을 찾아주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걸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금이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유진과 유진'은 김솔지가 대본을 쓰고,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이 작곡하고, 이기쁨이 연출했다. 제작사는 낭만바리케이트다. 신진 제작사의 젊은 창작진이 만들어낸 이 작품은 소극장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과하지 않은 톤으로 진심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미덕을 갖추고 있다.

중학생 유진과 유진은 이름도 같고 키도 외모도 비슷하다. 큰 유진은 작은 유진이 같은 유치원을 다녔던 친구라는 걸 바로 알아보지만 작은 유진은 큰 유진을 기억하지 못한다. 전교 1등 작은 유진과 공부 대신 연애에 관심이 많은 큰 유진은 모든 것이 다르다. 큰 유진은 작은 유진에게 열등감을 느끼지만 작은 유진은 엄마가 시키는 것을 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유진과 유진은 같은 유치원을 다녔고 그때 원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작은 유진의 엄마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전학을 가고, 작은 유진은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그 일을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과거 아픈 경험은 여전히 지금의 유진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유진과 유진은 어떻게 해야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유진과 유진'은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두 중학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관객들은 펼쳐지는 이야기에 몰입하고 공감하면서 또 다른 유진이 되어 공연과 하나가 된다. 연출은 과하지 않게 각 인물의 감정 톤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이 이야기가 모든 유진이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 그래서 그 시절을 지나온 모든 관객들이 심지어 남자일지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공연의 최고 장면은 무작정 여행을 떠났던 유진과 유진이 각자의 엄마들과 만나는 장면이다. 이 마지막 장면에서 갑자기 유진이 자기가 엄마 역할을 하겠다고 이야기하며 유진이 유진의 엄마를 연기하고 다른 유진이 유진의 연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순간이 기능적 설정이 아니라 사이코드라마처럼 입장을 바꾼 두 인물이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유진과 유진'은 드라마·음악·무대미술뿐만 아니라 소재·주제·형식에 있어서도 소극장 공연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런 공연의 매력 때문에 남자배우가 한 명도 출연하지 않으면서도 매 공연마다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130여개의 소극장이 모여있는 대학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경우인데, 이제는 이 대학로에서 만든 소극장 창작뮤지컬을 해외에 수출할 시기가 왔다. 서울시뮤지컬단장

소극장의 묘미… 성장기 '유진과 유진'을 마주하다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