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남자 비치발리볼 국가대표 스테번 판더 펠더. 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12세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네덜란드 남성이 28일(현지시간)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비치 발리볼 경기에 등장해 논란이 됐다.
29일(한국시간)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남자 비치발리볼 국가대표 스테번 판더 펠더는 지난 28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샹 드 마르스 광장에서 열린 비치발리볼 남자 예선 B조 이탈리아와 경기에 매튜 이메르스와 함께 출전했다.
그러나 관중석에서는 네덜란드 팀이 소개될 때 야유가 나왔다. 성폭행 전과를 지닌 판더 펠더의 올림픽 출전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이 담긴 야유다.
판더 펠더는 지난 2016년 영국 법원에서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19세였던 2014년 SNS를 통해 알게 된 12세 영국인 소녀를 만나 세 차례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후 피해자가 이 같은 사실을 관련 기관에 신고하면서 판더 펠더가 리우 올림픽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있던 2016년 징역형이 선고됐다.
다만 실제 복역 기간은 약 13개월에 불과했다. 영국에서 1년간 수감된 이후 본국으로 송환됐지만, 네덜란드 법원에서 감형을 받아 한 달 만에 출소했다. 2017년부터는 각종 경기에 참가했다. 최근에는 세계랭킹 11위 자격으로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판더펠더는 성폭행 사건이 “어릴 때 저지른 인생 최악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판더펠더의 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직후부터 그의 전과가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네덜란드 올림픽위원회(NOC)는 “판더펠더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았고, 성장했다”며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개별 선수의 출전 여부는 NOC가 결정해야 한다며 “성폭행 사건은 10년 전 벌어진 일이고, 재발을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마련돼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NOC는 판더펠더의 선수촌 입촌을 허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파리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대회 기간 선수촌 밖에 머물며 다른 선수는 물론, 언론과 접촉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선수촌 밖 생활과 언론 접촉 금지 결정은 오히려 특혜라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 매체인 디오스트레일리안은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경기 후 의무적으로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라며 “네덜란드 올림픽위원회의 결정은 미성년자 강간 전과자를 보호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8일 경기장에 판더펠더가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한 관람객은 “모든 사람이 두번째 기회를 받을 자격은 있다.
하지만 세계인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판더 펠더-이메르스 조는 첫 경기에서 이탈리아에 1-2로 패했다. 이들은 오는 31일 칠레와 예선 2차전을 치른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