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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여름철에 지켜야 하는 에너지 윤리

[특별기고] 여름철에 지켜야 하는 에너지 윤리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기후가 변한다'는 말은 어느새 우려 아닌 현실이 됐고,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매년 갱신되고 있다. 당일과 평년기온일의 온도차가 상위 10%에 해당하는 날을 '이상고온일'이라고 하는데, 지난해 이상고온일은 57.8일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두 달 이상의 이상고온일 출현이 거의 확실시 됐다. 이미 지난 6월 10일 영남 지역에서 지난해보다 1주일 빨리 올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됐고, 하루 뒤 강릉에서는 올해 첫 열대야가 지난해보다 18일이나 일찍 관측됐다. 이렇듯 기후는 변했고 기온은 뜨거워졌으며, 이를 식힐 냉방 전력 소모량은 극적으로 늘었다.

정부는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가 산업계 휴가 기간 후 조업률이 회복되는 8월 2주차 평일에 92.3GW 수준으로 발생하리라 예상하고 있다. 그간 저조했던 자동차·반도체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체들이 최근 경기를 회복해 공장 가동률이 높은 상태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도권에서 무더위로 냉방 수요가 높을 때, 남부 지방에서 구름이 유입돼 태양광(기저 전력에는 영향력이 적으나 전력 사용량이 많을 때는 매우 요긴) 이용률이 낮아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97.2GW까지 전력 수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력 당국은 올여름 최대 104.2GW에 이르는 공급 능력을 확보했지만, 과연 예측대로만 상황이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그렇기에 합리적인 에너지 사용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는 수요 관리가 핵심이다. 따라서 우선 공공기관부터 7월 3주부터 8월 3주까지는 피크 시간대에 냉방기를 30분씩 정지시키고, 예비력이 5.5GW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 실내 온도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등 추가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문제는 에너지 취약계층이다. 이들에게는 냉방이 절실하지만 비용 부담에 더해 비효율적인 냉방기기 및 주거 불량성 등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냉방 접근성이 낮다. 이에 정부는 취약계층의 하절기 에너지 바우처 단가를 기존 4만 3천 원에서 5만 3천 원으로 올리고, 고효율기기 보급 규모를 확대해 냉방비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지만, 최소한의 건강 유지라도 가능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을 도울 길은 없는 것일까.

개문냉방으로 활짝 열린 출입문에서 새어 나가는 냉기가 길 가는 고객을 잡아 준다고 믿는 상술, 그저 더우니 급속 냉방 23도를 고집하는 생활 습관이 이웃들의 건강과 인권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이 여름의 잔인한 현실이다. '그까짓 것 얼마라고 에어컨 하나 내 마음대로 못 켜?'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결코 행동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 할 수 있다고 다 하는 건 비윤리적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2022년 상반기 전력 소비량을 10% 감축했다면 LNG 발전 비용을 무려 15조 원 가량 아낄 수 있었다. 이는 사실상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취약계층은 물론, 그 상위 계층까지 바우처를 지급할 수 있는 규모라는 점에서 우리가 여름에 사용하는 에너지는 반드시 관리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이제 두 가지만 꼭 기억하자. 에어컨 온도는 최소 26도 이상으로 설정하고, 냉장고를 제외한 전자기기의 플러그는 사용할 때만 꼽을 것. 작은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